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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출산 시대, 주거정책 혁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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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체(2.1명) 수준에 못 미치는 저출산은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유독 동아시아에서 문제다.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초저출산(1.3명 이하)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높은 교육률, 강력한 국가 통제, 낮은 세금, 최소한의 복지로 단기간 내 압축 성장할 수 있었고, 신규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생산주의 복지로 주거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러나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빚어진 경쟁 심화, 피로감과 더불어 두 차례의 경제 위기로 전통적인 부계중심 가족복지 모델은 약화됐다. 저출산의 원인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가족의 기능과 형태 변화, 만혼이나 비혼, 출산 기피 등이 꼽히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근원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연구 사례에 따르면 출산율은 주거여건과 특히 관련된다는 보고가 있다. 가족연구소(Institute of Family Studies)는 2018년 10월에 집값과 임대료가 상승하면 출산율이 하락하며, 비좁은 집에 살수록 출산율이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적으로 넓은 집에 거주하는 국가에 비해 인구 밀도가 높고 집의 규모가 작은 동아시아의 출산율이 낮다고 지적한다. 모건 스탠리의 2017년 연구는 싱가포르주택청(HDB)이 공급하는 신규 공공주택의 규모가 1997년 이후 점차 감소했지만 분양가는 계속 올라 이것이 초저출산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가소유율이 90%인 싱가포르는 외견상으로 주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3대 비용(결혼ㆍ주거ㆍ양육) 문제로 결혼 방정식이 성립되지 못한 채 비혼화가 만연해지고 있다. 이에 HDB는 예비 신혼부부뿐 아니라 싱글에게도 결혼을 더 이상 미루지 않도록 신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으며 기존 공공주택 구입 시 자식과 부모가 근처에 살게끔 유도하기 위해 '근거리 거주 지원 주택 보조금(PHGㆍProximity Housing Grant)'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 8월 도입한 이 보조금은 2017년까지 1만1000가구가 지원받았으나 사회의 큰 호응으로 2018년에는 보조금 액수를 높이고 근거리 기준도 반경 2㎞에서 4㎞로 확대해 2018년까지 총 2만100가구(기존 공공주택 매매거래의 28%)가 혜택을 받았다. 방 수가 3개인 주택이 가장 인기가 많으며 자식이 부모 집 근처에 집을 구입한 경우가 93%, 부모가 자식 집 근처에 집을 구입한 경우가 7%이다. 보조금 액수는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3만달러(약 2520만원), 싱글에게는 1만5000달러(약 1260만원)이다.


이러한 사례는 자식과 부모에게 서로 필요한 돌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뿐 아니라 부모가 더 나이 들어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 거주하기(aging in place)'를 장려하는 지원책이다. 동아시아 특유의 가족주의 복지 문화를 주거정책과 엮어낸 싱가포르형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라고 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공통점은 가족 자원의 결여와 비용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저출산 고령화 대책은 청년 세대와 고령세대를 복지 지원의 별개 대상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대부분 가족 테두리 내에 있다. 가족 내 협력으로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도 해소되지 못하는 자녀 저녁 돌봄과 방학 돌봄의 공백뿐 아니라 고령의 외로움과 돌봄 지원도 가능하다.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주거지원도 여전히 생산주의 복지 요소가 강하다.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실현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보다 작은 규모로 더 많은 양보다는 어떤 성과(outcomes)를 낼 것인가에 대해 지금과 같은 초저출산 시대에 혁신안들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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