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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만 바라보는 '반도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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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만 의존 기술개발 외면

메모리 반도체 1·2위 가졌지만

장비산업 세계 점유율은 10%대

시스템 반도체 부분도 약점


작년 정부 R&D 비용 343억뿐

조선업처럼 中에 추월당할 우려

기업만으론 한계…정부도 뛰어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평택 1라인) 항공사진/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평택 1라인) 항공사진/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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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이 기형적으로 커 온 결과다. 삼성전자라는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면서 정부도, 학계도 반도체 산업 기술 개발을 외면했다. 한때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국가 타이틀을 자랑했던 조선업이 연구개발(R&D)을 등한시 해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려왔듯이 이제 반도체 기술도 중국에게 밀릴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반도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 동감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라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2위 업체가 있는데도 부품, 소재, 장비 등 관련 산업에서는 글로벌에서 내놓을 만한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기초체력 키우는 중국

반도체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기초 체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원유 수입액보다 반도체 수입액이 커지자 10년간 200조원을 투자해 15%에 머물고 있는 반도체 자급율을 7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율을 끌어올릴 경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최근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꿈이 깨졌다고 안심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에게 좌절을 맛 본 중국은 오히려 반도체 자급화에 더 큰 의지를 가지게 됐다"며 "이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만 해도 매년 850억원에 달하는 지원 기금과 5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반도체 기업에 대한 R&D와 설비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중국 시안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첨단산업 도시로 육성하면서 2000개가 넘는 첨단 분야 글로벌 대기업, 4300개에 달하는 첨단 기술 중소기업, 37개의 대학교, 3000여개의 연구 기관이 위치하고 있다. 첨단 산업에서의 핵심인 우수인재 확보에 용이한 배경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해 우한의 반도체 회사 XMC를 시찰하는 장면. 사진=신화망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해 우한의 반도체 회사 XMC를 시찰하는 장면. 사진=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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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양산만 잘하는 한국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3.7%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점유율은 3% 남짓에 그친다. 세계 1위인 미국(70%)은 물론 대만(8%), 중국(4%)에도 뒤진 상황이다.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안에서도 양산을 제외한 부품, 재료 등 전ㆍ후방 산업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1%에 불과하다. 소재 업체도 9.9% 수준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의 국산화율(금액기준)은 18.2%에 그친다.


이러다 보니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용 불화수소 수출에 제한을 가하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생산 차질 위기를 맞은 점이 이를 방증한다. 반도체용 불화수소는 일본 업체가 세계 수요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충청북도 청주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신규 반도체 공장 M15 준공식에서 '첫 웨이퍼 투입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충청북도 청주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신규 반도체 공장 M15 준공식에서 '첫 웨이퍼 투입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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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정부정책 필요

우리 정부는 반도체 R&D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잘하고 있는 분야' 라는 인식에 R&D 지원을 '대기업 특혜'로 보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2010년 1000억원대 였던 반도체 R&D 예산은 2014년 589억원, 지난해 34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반도체 R&D 규모가 급감하자 반도체 전공자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반도체ㆍ세라믹 공학과 전체 재적생은 3606명으로 5년전 대비 17% 감소했다.


기업 혼자만의 R&D로는 전체 생태계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내기 위해 지난해 최대 규모의 R&D 비용을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전년(16조8100억원)보다 무려 11%나 증가한 18조6600억원을 투입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총 2조8950억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전년(2조4870억원)보다 16.4%나 늘어난 것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관련 학과를 만드는 등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기업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인재 육성과 저변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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