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이날부터 南단독 유해발굴 시작
北, 이날까지 답 없어…軍 "기다리겠다"
"합의 불이행, 북한에 분명히 지적해야"
지난해 10월25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 인근 화살머리고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원들이 6.25 당시 전투에서 숨진 국군 유해를 발굴 뒤 수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북한이 남북 공동유해발굴 사업에 끝내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첫 '9ㆍ19 남북 군사합의' 불이행 사례가 나왔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합의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별도의 항의나 이행 촉구 의사는 전달하지 않을 예정이다. 우리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인사들이 미국을 방문해 북ㆍ미협상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조율 작업에 나서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눈치보기'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을 전망이다.
1일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한 단독으로 6ㆍ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에 착수했다.
당초 남북 군 당국은 올해 2월 말까지 공동유해발굴단을 구성한 뒤 이날부터 본격적인 유해발굴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공동유해발굴 시작날인 이날까지 사업 착수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서 군사합의 이행이 최종 불발됐다.
그동안 '남북 군사합의가 성실히 이행되고 있다'고 강조해왔던 국방부로선 곤혹스런 상황이지만 이와 관련해 북한에 별도의 의견을 전달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선은 계속 북한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과도하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리 군은 북한이 합의를 안 지키는 부분에 대해선 분명히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군사회담을 하고 여러 조치를 취하는 건 모두 신뢰를 위한 건데 합의한 것을 안 지키면 신뢰가 쌓이는 게 아니라 불신이 쌓여버린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남측이 먼저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북측도 호응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군사합의 위반이) 그렇게 심각하게 볼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물론 '혹한기 훈련', '연평도 포격사건 8주기 추모식',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등에도 사사건건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며 항의하고 있지만 우리 국방부는 대응하지 않고 있다.
우선 국방부는 이날부터 화살머리고지 남측 지역에서 추가 지뢰제거와 기초 발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호응해 올 경우 언제든지 함께 공동유해발굴을 시작할 수 있게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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