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단', 서울동부지검서 오늘부터 수사 착수(종합2보)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단장…13명 규모
김학의 뇌물혐의·외압 의혹 등 수사

'김학의 성폭력·성접대 의혹'에 대한 세번째 수사는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지휘하는 별도의 수사단이 맡게 됐다.

대검찰청은 29일 13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을 서울동부지검에 설치하고 이날부터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행과 뇌물수수 의혹, 이 사건을 둘러싼 외압 의혹 등이 수사대상이다. 수사단장으로 여 지검장이, 차장으로 조종태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선임됐다.

여 지검장 이하 차장검사 1명, 부장검사 3명, 평검사 8명으로 구성된 수사단은 이날 관련 자료를 인계받는 대로 서울동부지검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3명의 부장검사를 주축으로 수사대상이 분류될 전망이다. 영장 청구 등 관할은 서울중앙지법이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는 지난 25일 검찰에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의 수사외압(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했다. 과거사진상조사단은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한 후 필요할 경우 재수사를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수사단의 수사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2013년과 2014년 두차례 진행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외압 등에 대한 새로운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국정농단 사건 이후 최대 규모의 수사단이 꾸려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대검은 여러 방안들을 검토한 결과 수사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별도의 수사단을 꾸리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단 구성에 대해 "김학의 사건 관련 두차례 수사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요청이 있었고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수사단은 문무일 총장에게 수사경과를 직접 보고하게 된다. 수사외압이나 부실수사 등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수사지휘 라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공정성 확보차원에서 수사단의 수사결과에 대해 외부 인사들이 수사 전반을 재점검하는 과정도 거친다. 검찰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라 점검위원회를 소집해 수사의 적정성, 적법성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 재수사를 권고한 배경으로 앞서 검찰이나 경찰이 계좌 추적을 하지 않았던 점, 당시 수사기관이 뇌물혐의를 수사하지 않아 사법적 판단이 없었던 점 등을 꼽았다. 경찰은 2013년 첫 수사 당시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금품이 든 봉투를 건네는 걸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공소시효가 임박한 데다 대가성 입증이 어려워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은 모두 두 차례 이어진 수사에서 계좌추적 등으로 돈 거래 정황을 살펴보지 않아 부실수사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사단은 재수사에서 정확한 뇌물 액수와 돈 전달 방식에 대한 관련자들의 추가 진술을 확보하고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 7년을 넘긴 윤씨가 검찰 수사에서 어떤 진술을 내놓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