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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대표이사 오를 땐 18년 내려올 땐 30분…대한항공 '리더십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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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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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대표이사 오르는 데 18년 걸렸지만, 내려오는 데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입사후 경영권을 잡기까지 형제간의 경쟁을 통해 18년이나 걸렸지만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회 선언 후 30여분 만에 등기임원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제 대한항공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에 놓이게 됐다. 국민연금 등 거세진 외부 세력과 반 국민 정서를 뚫고 순항할 수 있을 지에 관심에 쏠리고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연단으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연단으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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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임 부결, 그리고 침묵과 환호성 = 27일 오전 9시56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5층 대강당. 대한항공의 정기 주총이 열린 대강당에선 일순 침묵이 흘렀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재선임안이 부결됐다. 강당 안팎을 둘러싼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표정에선 낭패감이 엿보였다.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기 전 부터 주총에선 첫 안건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부터 주주간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신경전이 이어지자 감정이 격해진 듯 일부 주주는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의결권을 위임받아 참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땅콩 회항 사건부터 지금까지 조 회장 일가의 전형적 황제경영으로 대한항공의 회사평판은 추락하고 경영실적은 곤두박질 쳤다"며 "특히 2016년 조 회장은 한진해운에 약 8000억원을 지원했는데, 이사회와 감사위원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우기홍 주총 의장(대표이사)은 채 의원의 발언이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무관하다며 의사진행을 강행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경영진이 주주의 질문을 듣지도 않고 발언을 막으려 한다", "정치는 국회가서 하라"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3호 안건이자 이번 주총의 최대 관전포인트였던 조 회장의 연임안은 별도의 표결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한항공 측이 사전에 주요 주주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파악한 후 결과를 공표한 것이다.


사측이 별도의 현장 표결절차 없이 조 회장 연임안 부결을 선언하면서 주주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해 온 참여연대 측 대리인이 "현장 주주의 의사를 묻고 속기록에 정확히 남겨야 한다. 안건마다의 찬반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건 절차적 위법"이라고 반발하는 진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우 의장은 이에 대해 "오전 중 주요 대주주, 국민연금, 외국인이 가진 의결권에 대해 모두 파악했다"며 "다른 주주들이 수십~수백만 주를 가져와도 결과엔 변동이 없어서 이같이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십 공백…대한항공의 내일은 = 조 회장이 이사직 연임에 실패하면서 대한항공은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대ㆍ내외적 현안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해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오는 6월 서울에서 개최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다. IATA 연차총회에는 전 세계 120개국 280개 항공사가 참여하는 항공업계의 '유엔 총회'다. 조 회장은 올해 연차총회의 의장직을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이사직 연임에 실패하면서 대한항공은 올해 IATA 연차총회에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업계에선 총회 유치의 주역인 조 회장이 총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도의 경영적 판단을 요하는 현안이 많다는 점도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사업을 조기에 안착시킨단 구상이었다. 델타항공과의 JV 역시 조 회장이 주도한 사업이다.


특히 올해엔 4월 인천~보스턴, 인천~미니애폴리스 노선 등 JV 사업 안정화를 위한 미주노선에 본격 취항할 예정이었다. 대한항공으로선 델타항공과의 유기적 협력을 이끌어 낼 중재자를 잃은 셈이다.


경영진 체제 변화도 미지수다. 대한항공은 당분간 3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의 부재에 따른 추가 사내이사 선임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영업이익률이 5% 안팎에 그칠 정도로 고도의 경험과 판단력이 필요한 산업"이라며 "조 회장의 연임 실패는 대한항공은 물론 한국의 항공산업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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