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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남탓만 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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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민주당). 두 사람은 여성이면서 정가의 유리천장을 깬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수많은 남성 의원 사이에서 지난주 두 사람은 깜짝 놀랄 발언을 했다. 나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 발언과 펠로시 의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반대' 발언이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이끌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펠로시 의장은 올해 하원 구성과 함께 자동으로 의장직에 올랐다. 하원의장은 그에게 낯선 자리가 아니다. 이미 2007년부터 4년간 같은 직책을 맡은 바 있다. 미 하원의장은 대통령과 부통령 유고 시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권력 서열 3위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도 아직 못 가본 자리다. 하원의장은 다수당의 실질적인 원내대표로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맞수가 된다.

대선 패배 후 중심을 못 잡던 민주당은 이번 의회 출범 이후 빠르게 전열을 정비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전에 돌입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정지)은 두 번째 하원의장을 맡은 펠로시가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경고장이나 다름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셧다운 일시 해제 합의에 대해 "트럼프의 펠로시에 대한 항복"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펠로시 의장의 추가 공격은 더 결정적일 때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집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한 차례 연기됐던 의회 청문회 일정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일에 맞춰졌다. 미국민의 관심을 북한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 개인 비리로 돌려세운 결정적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를 찔렸다. 몸은 하노이에 있었지만 워싱턴DC의 상황이 더 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로 상황 반전을 노렸다. 협상은 트럼프의 특기지만 정치는 펠로시가 한 수 위였다. 북ㆍ미 협상 타결을 기대했던 우리 정부로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펠로시 의장은 거친 표현도 과감히 구사한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과 같은 '폭력배들(thugs)'을 믿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인 러시아 스캔들 당사자인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세트로 묶어 트럼프 대통령을 옥죈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치던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으니 또 뉴스거리다. 그는 "탄핵은 나라를 분열시킨다"는 이유를 댔다. 공격할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아는 펠로시의 언사에 트럼프 대통령과 미 공화당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우리 국회는 어떤가.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수석대변인 발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외신 보도라고 핑계를 댔다. 본인 생각이라고 밝히면 안 되는 건가. 민주당은 더 나아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매국론을 폈다. 모양이 이상하다. 문제는 언론이라는 식으로 상황을 몰아간다.


정당 정책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이나 북ㆍ미 협상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국회는 허송세월하다 3월 개원하자마자 입씨름만 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으로 날아가 펠로시 의장과 만나고 방미 성과를 'A++'로 평가했지만 결론은 모두가 보는 대로다. 이쯤 되면 출장비가 아까울 정도다. 한마디 조언을 하고 싶다. "방해를 하든 지원을 하든, 하려면 제대로 해라."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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