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국대선발전ㆍ특기자입학 폐지해 엘리트 체육 부조리 없애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은 금 9개, 은 3개, 동 9개 등 모두 21개의 메달을 땄다. 이 대회에 미국 대표로 나선 스탠퍼드대 학생 선수가 딴 메달은 금 10개를 포함해 모두 27개. 미국 한 대학의 학생 선수가 우리 엘리트 선수 전체의 성적을 능가했다. 이 가운데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은메달)과 단체전(동메달)에서 입상한 알렉산더 마시알라스라는 선수가 있다. 필자가 7년 전 스탠퍼드대 펜싱부에 선발한 선수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전공이 있으면서도 강의에 불참했던 과거 우리 엘리트 선수와 달랐다.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고 세계 최고의 공대에서 공부하며 운동으로도 두각을 나타낸 진짜 학생 선수였다.
사례는 또 있다. 미국 대학 테니스 1부 리그에서 개인ㆍ단체전 정상에 오른 재미동포 알렉스 김(김경일)이 대표적이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부사장을 지냈다. 미 대학테니스협회 명예의 전당에도 헌정됐다.
미국의 명문 대학은 이런 학생 선수 시스템을 자랑스러워한다. 이들이 운동을 통해 기대하는 건 올림픽 메달이 아니다. 건강한 신체와 강한 정신력, 뛰어난 리더십, 팀워크, 페어플레이 등의 가치를 우선한다. 체육을 교육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승부를 인정하는 자세와 인성 교육을 강조한다. 학생 선수는 운동을 통해 배운 이런 가치를 토대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사회에 나간다. 메달이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맹목적으로 지도자의 지시를 따르거나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올바른 체육 시스템을 정립하는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이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문제와 한계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한민국 체육계뿐 아니라 교육의 미래까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람직한 변화를 기대하며 우리 체육계가 그간 주저했던 해답을 제안한다.
첫째, 국가대표 선발전을 없애자. 현 국가대표 선발전과 선수촌 운영으로는 생활체육 활성화가 불가능하다. 종목별 경기 단체가 주관하는 대회로 단일화하고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전문 선수와 동호인을 아우르며 1년간 국내외 대회 성적을 누적 합산해 상위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해야 한다.
둘째, 각 대학은 이 공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고교 선수에게 미국처럼 가산점을 주고 입학 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체육특기자는 단계적으로 줄여 제도를 폐지하고 체육 관련 학과도 전문 선수 중심의 특기생이 아닌 공부하는 선수가 전공으로 택하도록 바꿔야 한다. 이러면 선수 출신 지도자가 전국에서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민간 중심의 생활체육과 학생 선수 프로그램을 정착시킬 수 있다. 폐쇄적 국가대표 시스템과 대학 진학 문호만 손봐도 특기자 입학을 위해 성행했던 부조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ㆍ교육부 등 주무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의 엘리트 체육 쇄신안을 두고 경기인을 중심으로 체육계의 반발이 심하다. 이처럼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가 크고 접점을 찾기 어려워 지금껏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자. 현 엘리트 체육 시스템이 견고한 종목 대신 새롭게 올림픽에 입성할 종목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가능성을 확인하자. 반발 때문에 해답을 외면했던 전례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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