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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황교안 대표가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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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 2주째다. 한국 보수 세력이 황 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보수가 보기에 한국은 현재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클 것이다.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서 '자유'를 빼고자 한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불안해한다.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 그럼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도 민주주의? 이런 질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라는 말을 일제 잔재로 규정했다.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는 육군, 공군과 달리 해군은 일본군 출신 없이 온전히 우리의 힘으로 창설됐다고 추켜세웠다.

좌파 프레임의 전형이다. 북한은 친일을 청산했지만 남한은 친일파가 정부를 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다르다. 김일성 북한 주석은 집권 과정에서 무수한 항일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동료 공산주의자들을 친일파라는 죄명을 뒤집어 씌워 처단했다. 그러나 충성을 맹세하면 친일 전력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북한 초대 내각의 친일은 고약하다.


빨갱이를 대통령이 어떻게 정의하건 보수에게 빨갱이는 공산주의자다.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6ㆍ25전쟁의 참화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고 빨갱이를 비난하는 것을 일제 잔재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말하는 것과 달리 삼팔선은 '마음속의 삼팔선'이 아니다. 삼팔선은 생생한 기억이고 핏빛 현실이다. 그것을 부정하니 보수는 의심한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는지.

그래서 황 대표는 보수 세력에게 희망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그의 이력 자체가 믿음직스럽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보수의 희망'만으로는 2020년 총선도, 2022년 대선도 승리할 수 없다.


정치인은 성과로 말한다. 그것은 선거에서의 승리다. 본인이 나서건 말건 관계없다. 그가 대표하고 있는 정당의 성공이 바로 성과다. 그러나 보수는 일치단결하더라도 최대 40%를 넘을 수 없다.


북한을 싫어한다고 모두 보수는 아니다. 게다가 경제 체제로 넘어가면 시장경제의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좌우 프레임에 집착하면 다수당도 집권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좌우 프레임보다는 독재 프레임이 더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이념은 보이지 않으나 행태는 가시적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성공하는 길은 보수를 뭉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뭉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국민 100%를 타깃으로 하라는 말은 아니다. 누구 말대로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70~80%는 자기편으로 만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그에게는 아주 중요한 장점이 하나 있다.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다.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삼권분립 세 가지다. 이 가치들은 현재 심각하게 손상돼 있다. 이를 바로잡을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막스 베버가 그리는 이상적 정치 지도자, 즉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신념 윤리'와 함께 '책임 윤리'를 망각하지 않는 지도자다. 신념은 이상이지만 책임은 현실이다.


한국은 현재 '신념 정치'의 과잉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임기가 있는 정치 지도자가 제각각 신념에 의존해 사회를 뜯어고치려 한다면 사회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거대한 실험장이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 경고는 이미 경고가 아니다. 바로 눈앞의 현실이다. 과연 국민은 황 대표에게서 책임 윤리로 충만한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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