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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몰락하는 1위 공유자전거 오포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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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몰락하는 1위 공유자전거 오포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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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보증금 환불을 쇼핑몰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로.'


한때 중국 최대 공유자전거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실패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오포'가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1년 전만 해도 베이징시는 오포의 노란색 자전거로 빼곡했다. 그런데 지금은 거리에서 이 노란 자전거를 보기 힘들다. 대신 그 자리를 지금은 주황색(모바이크), 파란색(블루고고) 등 크고 작은 다른 공유업체 자전거들이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오포의 자금난, 파산설이 확산되자 소비자들의 보증금 환불 요청이 줄을 이었다. 은행이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에 빠지면 휘청거리듯 오포 역시 보증금 환불 쇄도 요청에 허덕이다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수익성은 뒷전인채 스타트업 붐을 타고 투자금으로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터라 경제성장 둔화로 투자금이 썰물 처럼 빠져나가자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것이다. 오포에 등돌린 소비자들의 보증금 환불 요청이 잇따르자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던 오포는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오포가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보증금 환불 정책은 등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욱 부채질했다. 오포로부터 보증금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고객 수는 줄잡아 1500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금액은 10억~20억위안(약 1681억~3362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오포는 보증금 환불 지연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현금 대신 회사가 만든 할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포인트로 받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예컨대 보증금 99원 환불을 포기하면 150원의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보증금을 포기하더라도 영구적으로 보증금 없이 오포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오포는 쇼핑몰에서 포인트를 이용해 휴지, 간식, 술, 화장품 등 40여종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며 이렇게 하는 게 직접 보증금을 환불 받는 것보다 편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은 오히려 소비자의 분노만 유발했다. 오포의 포인트로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려면 대부분 '현금+포인트'의 조합이 필요하다. 포인트 외에 별도의 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쇼핑몰 상품 가격이 타오바오나 징둥 등 일반 인터넷 쇼핑몰과 비교해 싼 것도 아니다. 원래 가격을 부풀려 표시한 후 마치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것처럼 눈속임한 쇼핑몰에서 결국 포인트와 함께 자기 돈을 더 얹어야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챈 소비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고객이 보증금 환불 대신 포인트를 선택했다면 보증금 반환을 주장할 권리를 포기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나중에 쇼핑몰에서 파는 제품이 터무니 없이 비싸져서 포인트 활용의 가치가 없어지더라도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오포에 물을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빠른 경제성장과 속에 덩치만 키우던 중국 기업들은 지금 경기 하강 우려 속에서 성장은 커녕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몸집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나마 국유기업의 경우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지원하려고 노력하지만 민영기업, 더군다나 생긴지 얼마 안된 창업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은행으로부터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 출구전략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앞으로 보증금 환불이 어려워 오포 같은 해법을 마련하는 기업들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앞만 보고 달려갔던 중국 기업들이 오포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제는 뒤도 돌아보고 장애물도 치워가며 더 오래 갈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전환기를 맞길 바래 본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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