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기는커녕 점점 짙어지고 있다.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로 혼란에 빠진 프랑스는 물론 믿었던 최대 경제대국 독일마저 휘청이고 있어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재정위기를 딛고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유로존은 이제 미ㆍ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다음 위기 발발마저 우려해야 하는 시점에 섰다.
EU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6%포인트 하향조정한 1.3%로 제시했다. 지난해 8월 2.0%에서 11월 1.9%로 내린 데 이어 또다시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 1.7%보다도 훨씬 낮다. 고조되는 미ㆍ중 무역갈등과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노란 조끼를 비롯한 각국의 정치적 혼란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EU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유로존 경제는 이례적일 정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며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유로존 기둥역할을 해온 독일은 1%대 성장률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EU집행위는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발표한 1.8%에서 1.1%까지 낮췄다. 주력산업인 자동차 수출 등에 직격탄을 입은 여파가 컸다. 지난해 독일은 5년 이래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날 공개된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지표(-0.4%)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재정적자 확대정책을 통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자신하는 것과 대조적인 대목이다. EU집행위는 올해 이탈리아의 성장률 전망치(0.2%)를 불과 3개월 만에 1.0%포인트 낮췄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집행위 부위원장은 CNBC에 "이탈리아는 위험 그 자체"라며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다"고 우려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로 내수가 얼어붙은 프랑스는 올해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밖에 유로존 19개국 중 그리스와 몰타,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16개국의 성장률이 모두 하향 조정됐다. 영국을 포함한 EU 28개 회원국을 기준으로 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5%로 3개월 전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날 영국중앙은행(BOE) 역시 올해 자국 경제성장률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BOE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2%로 3개월 전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2008년(1.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브렉시트의 암운이 단기적으로는 경제 불안, 근본적으로는 경제와 기업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No Deal)' 사태를 우려했다.
이날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 위원장은 브뤼셀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만나 브렉시트 교착상태를 타개하는 데 합의하면서도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간 가디언은 "협상이 벼랑 끝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브렉시트 시점인 3월 말까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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