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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의 행간읽기] 녹색 이쑤시개는 정말 먹어도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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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이 쓴 『슬기로운 화학생활』

▲슬기로운 화학생활.

▲슬기로운 화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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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화학 좋아하니?"


서평을 쓰기 위해 몇날 며칠 '슬기로운 화학생활'을 끼고 다녔더니 보는 사람들마다 화학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화학하면 고등학교 때 외웠던 주기율표밖에 떠오르지 않는 나로서는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손사래를 치고는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화학을 꽤 좋아했다. 초등학교 실습 시간에 콜라를 부어 용암 분출 실험을 하던 때, 리트머스 시험지가 빨갛고 파랗게 변하던 것을 지켜보며 일상생활에서의 "왜 그럴까"라는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었던 때다.

이 책은 주기율표 대신 그러한 일상생활의 의문을 담았다. 음식점에서 종종 마주치는 녹색 이쑤시개는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별모양 야광스티커는 어떻게 내가 잠이 들 때까지 빛을 낼 수 있는 걸까, '유기농 물티슈'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기른 농작물로 만든 걸까. 또 자녀를 둔 사람들이라면 "아빠 이건 왜 그래요?"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도록 아들과 아빠의 대화 형식으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페이스북에 연재한 '아들에게 들려주는 과학'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앞서 던진 나의 궁금증을 해소해보자. 녹색 이쑤시개는 '당'으로 만들어졌다. 탄수화물이 소화가 되면 당으로 바뀌는데, 녹색 이쑤시개의 재료는 이 당처럼 '소화(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되는 성분이다. 생분해가 가능한 물질은 음식처럼 소화과정을 거친다. 녹색 이쑤시개 성분은 종량제 봉투와도 같다. 단가가 비싼 대신 땅에 그대로 묻어도 썩을 수 있게 만들었다. 한 장에 기껏해야 50원 정도면 될 것 같은데 10리터 용량 쓰레기 봉투 한 장에 400~500원이나 받는 이유다.


야광 별 스티커는 '빛을 빛으로 바꾸는' 화학물질의 성질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전기를 뜨거운 열이나 환한 빛으로 바꾸는 물질이 있듯이, 야광 별 스티커는 빛을 간직했다가 빛으로 방출하는 물질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다만 정확히 말하자면 '인 별 스티커'라고 해야 한다. 형광펜과 같은 색깔이지만 형광물질도 아니다. 인과 형광물질은 빛을 받아 빛으로 내보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인은 빛을 조금 더 천천히 배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인은 사람의 몸에도 존재해 아주 먼 옛날 '도깨비 불'의 전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오래 된 묘지에 어른거리는 빛을 도깨비 놀음으로 생각한 것이다. 인은 그 정도로 오랜 시간 빛을 쌓아뒀다 다시 내보낸다.

유기농 물티슈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유기농 약액이 함유된 물티슈'라고 해야 한다. 저자는 "시중에 판매되는 유기농 물티슈는 기존의 다른 물티슈에 넣던 것처럼 여러 화학물질을 넣으며 유기농 약액을 약간 넣고 과장해서 홍보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유기농이라는 문구로 제품을 선택하는 대신 최소한의 안전기준인 KC 마크, '피부자극테스트' 나 '무자극 테스트' 등의 마크를 획득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막연히 뉴스를 통해 봤을 경유차 정책, 미세플라스틱 등 화학이 자연에 미치는 해악도 소개한다. 저자는 "앎은 의무"라면서 "화학물질의 영향에서 발생하는 수혜자와 피해자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편리하게 사용하고 버린 물질이 후손과 타인에게 미칠 영향도 생각해야 한다며 화학을 외면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어렵다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은폐하는 대신 "슬기롭게 화학을 사용해야 한다"고.


슬기로운 화학생활

김병민 글ㆍ그림

동아시아

2만2000원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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