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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잔인한 설…"문 닫는 게 남는 장사…인건비만 나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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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등 자영업자 "올해 들어 매일 최저 매출…연휴에 문 닫아야 할 판"
연휴 배달대행료 들썩…기존 대비 1000원 더 불러·배달기사 일당 20만원↑
영세 자영업자는 올해 1분기 경기가 2년 만에 최악 수준될 것으로 내다봐

서울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서울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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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올해 들어 매출 최저치를 매일 갱신하고 있어요. 인건비도 안나오는 데 설 연휴 때 문을 닫을까합니다. 배달대행업체 쉬는 4, 5일 이틀간 영업을 안하는게 남는 장사 같아요. "(철산동 볶음ㆍ탕전문 식당 사장 김 모씨)


"귀포족(귀성을 포기하는 사람)이나 1인 가구 때문에 설에 문을 예정인데 배달 아르바이트생이 일당을 20만원이나 부르네요. 연휴에 쉬는 배달대행업체 대신 따로 알아봤거든요. 배달인건비 제외하면 수익이 남을지 걱정입니다. 영업 할지 여부를 결정 못하겠어요."(신도림동 한식당 사장 이 모씨)

모처럼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민족의 대명절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영업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설 대목은 옛말'이 됐다. 이들은 장사가 안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설 연휴에 문을 닫는 게 남는 장사라고 하소연한다.


1일 주요 인터넷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설 연휴 장사 여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장사가 안되는 데 연휴에 문을 여는 게 힘들다는 주요 내용이다. 안양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민수(가명ㆍ52) 씨는 "장사라도 잘되면 모르겠지만 인건비도 안 나오는 마당에 연휴 내내 문을 여는 것은 부담스럽다"면서 "배달대행업체가 쉬는 날 같이 쉬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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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동에서 치킨 장사 5년차에 접어든 박민상(가명ㆍ54) 씨는 "그동안 경험을 보면 명절 다음날은 제법 주문이 있어 문을 열 생각"이라면서도 "그런데 배달대행업체가 그날 쉰다고 해서 따로 배달 기사를 알아보는데 부르는 게 값"이라고 읍소했다. 이어 그는 "일당 18만원을 요구하는데 그날만 손님에게 배달비를 더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구의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김선영(가명ㆍ43) 씨 역시 배달대행료 걱정에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100m 인근에 식당만 7개인데, 대부분 설 당일에 문을 닫아 오히려 문을 열면 장사가 될 것으로 판단해 고향에 내려가는 것도 포기했다"며 "그런데 배달대행업체에서 설 연휴 기간에만 대행료 1000원을 인상한다고 통보를 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대다수 배달대행업체가 설 연휴 기간에 배달대행비를 인상할 예정이다. 서울지역에서 통상적으로 적용돼 온 배달거리 1.5km당 대행료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평균 3800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초 평균 3000원과 비교하면 26.6% 올랐다. 2년동안 최저임금이 29.1% 인상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4000원을 받는 지역도 많아졌다. 여기에 설에는 평균 500~1000원이 더 인상된다. 이에 따라 설 연휴 기간 배달대행료는 최소 4500원~최대 5500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서울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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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명절 단축영업ㆍ휴무에 대해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점주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어차피 못 쉬는 데 연휴 내내 인건비가 부담이 돼 아르바이트 나오지 말라고 했다', '매출도 안나오는 데 연휴 내내 문을 열어 놓아야 하는지 한숨이 나온다' 등의 게시글이 많다.


편의점업계는 상생 차원에서 명절 당일 단축영업ㆍ휴무 관련해 계약 사항을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를 반영한 표준가맹계약서는 권고사항일 뿐인데다, 계약 기간인 5년이 지나 재계약을 맺거나 새로 문을 여는 편의점만 해당된다. A 브랜드 편의점주 김민상(가명ㆍ42) 씨는 "희망 점포에 한해 쉰다고 하지만 사실상 명절 상권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오피스 인근의 일부 점포만 쉴 것"이라며 "손님 한명 없어도 비용은 비용대로 내면서 문을 열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울상지었다.


한편 영세 자영업자는 올해 1분기 경기가 2년 만에 최악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인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내놓은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수혜업체 기업경기실사지수(GBSI)'를 보면 올 1분기 '경기 전망 GBSI'는 49.0으로 2016년 1분기(38.2) 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업체가 경기 호전을 예상하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을 초과하면 그 반대다. 조사는 영세 자영업체 2500여곳이 대상이다.


올 1분기 '매출 전망 GBSI'는 50.1로 전분기 대비 12.0포인트, '영업이익 전망 GBSI'는 49.5로 전분기 대비 11.2포인트 하락했다. 신용보증재단은 "민간부문의 고용창출력 저하, 경기 불확실성 증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 전망 GBSI가 3분기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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