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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 '갑' 가맹점 '을'에 갇힌 프랜차이즈 "적폐 낙인 부당…마진 공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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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옥죄기'에 제대로 반기…"마진율 공개 안돼"

프랜차이즈업계 헌소 추진…가맹사업시행’ 효력정지 신청도

산업 자체 적폐로 몰아…프랜차이즈 포기·매물만 속출할 것

본부 '갑' 가맹점 '을'에 갇힌 프랜차이즈 "적폐 낙인 부당…마진 공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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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은 명백한 위법입니다. 기업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데 있어 근거가 되는 법률이 마땅하지 않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무리하게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만으로 주요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납니다."


#"가맹본부는 '갑' 가맹점주는 '을' 프레임에 갇혔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적폐 집단이 아닙니다. 원가·마진 등의 영업비밀 공개는 정부의 '갑질 근절 정책'이 아닌 '기업 활동 발목잡기'에 불과합니다. 가맹본부에 일방적으로 많은 제약과 부담을 주면 오히려 프랜차이즈산업 생태계만 악화시킬 것입니다."

#"가뜩이나 불황에 각종 제반 비용 상승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너무 힘든 상황에서 유례 없는 규제까지 더해졌습니다. 가맹사업을 포기하고 직영점으로 돌리거나 매물로 내 놓으려는 프랜차이즈가 많습니다. 매수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사업을 접는 곳이 속출할 수 밖에 없어요."


프랜차이즈업계가 제대로 뿔이 났다. 가맹본부의 원가·마진 등 영업기밀을 공개하도록 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가맹사업법)에 대해 헌법 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로 한 것. 정부 정책에 프랜차이즈업계가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취임 이후 집중해왔던 '프랜차이즈 옥죄기'에 대한 불만이 결국 터져 나온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500여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모임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지난 23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하고, 내달 초순까지 제출할 계획이다. 오는 4월 말까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정보공개서 변경 등록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헌법소원 제기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올해부터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 규모, 주요 품목에 대한 공급가격 상·하한, 가맹본부의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과 가맹본부와의 관계, 관련 상품·용역, 경제적 이익의 내용 등을 기재토록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차액가맹금 공개.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판매하는 상품 가격에서 가맹본부가 실제 사들인 도매가격을 뺀 차액을 말한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재료의 가격에서 가맹본부가 실제로 사들인 가격을 뺀 일종의 '마진'을 의미하는 차액가맹금과 관련해 ▲구입요구 품목별 차액가맹금 수취여부 ▲가맹점 1곳당 전년도에 가맹본부에게 지급한 차액가맹금의 평균 액수 ▲가맹점 1곳당 전년도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의 평균 비율 ▲품목별 전년도 공급가격의 상한과 하한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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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측은 "가맹사업법 시행령의 일부 내용이 법률에서 정한 위임범위를 벗어나 위헌 소지가 높다"며 "원가 및 마진 공개는 다른 산업에도 전례가 없는 과도한 규제로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위험이 높아 법적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규제가 헌법에 정해진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률유보 원칙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반드시 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이 아닌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주요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법조계도 기업의 영업비밀은 재산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차액가맹금 공개는 기업에 대한 재산권 행사의 침해 또는 제한으로 볼 여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영업비밀 공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한 가맹본부 관계자는 "가맹점 공급가액이 공개될 경우 경쟁사에 자신들의 수익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없다"면서 "더욱이 가맹점과 가맹본부 간 불신이 커질 것도 우려되는데, 가맹본부의 경우 브랜드 관리를 위해 홍보·마케팅 등 판촉 활동에 더해 본사 인건비 등 다양한 지출이 있을 수 있지만 마진율만 보고 본사가 과도하게 이익을 가져간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 브랜드와의 역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100%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나 가맹사업을 중단한 맥도날드는 차액가맹금 공개 의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기업들의 원가 정보만 공개되면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참가한 예비 창업인들이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참가한 예비 창업인들이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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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본부는 갑이고 가맹점은 을이라는 인식에 너무 의존한 정부 정책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가맹사업법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대상으로 부정을 저질렀을 경우 이를 규제하는 다양한 내용이 있지만 반대로 가맹사업자의 계약 위반 등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가맹본부를 옥죄는 정책적 이슈가 많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가맹점 최소수익 보장제, 가맹점주단체 신고제와 교섭권 부여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신고제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강하게 입법을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다. 가맹본부의 보복행위 등에 단체로 대항할 수 있게 신고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업계는 '사업자 노조'를 양산할 뿐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판촉행사에 대해선 본부가 미리 점주들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해 '떠넘기기 관행' 개선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프랜차이즈 매물만 쌓일 것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과 장기 불황에 유례없는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어두운 사업 전망을 예측해 아예 가맹사업을 포기하고 직영점으로 돌리거나 매물로 내놓는 회원사가 어림잡아도 100곳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갑질 등 부당한 일을 저지르는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당연히 응징해 시장을 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무조건 갑이라는 판단으로 몰아 세우면 프랜차이즈 매물이 쏟아져 100조원 규모의 프랜차이즈산업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프랜차이즈 관련 다수의 커뮤니티에는 정고공개서 추가 기재사항과 관련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도배를 이루고 있다. 반대로 예비 창업인은 바뀐 정보공개서 등록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키즈카페 창업을 준비중인 김모아(가명ㆍ38) 씨는 "예비 창업인이 의지할 게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면서 "더 정확하고 많은 정보가 담긴 정보공개서가 공개되면 창업 전에 많은 정보를 사전에 취득할 수 있어 안전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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