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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이 보이면 뛰어내려…낙하산은 떨어지면서 만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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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참전한 최동열 화백, 그림으로 전쟁 상처 치유
밀림 오두막·히말라야 트래킹 극한 상황에서 그림 그려
'반항의 거리, 뉴욕' 전시로 1980년대 뉴욕 상황 담아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 절벽이 보이면 뛰어내려라. 낙하산은 떨어지면서 만들어라. 어떻게든 랜딩(착륙)은 할 거다."

최동열 화백(68)이 22일 서울숲 아트센터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했다. 이력이 화백의 나이를 알려줬다. 그러나 젊었다. 최화백은 1951년 피난 중 부산에서 최씨 가문의 장손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을 변호한 최진 변호사, 할머니는 소설가 나도향의 누나인 피아니스트인 나정옥 여사다.
최화백은 서울 경기중학교를 열다섯 살에 졸업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입학했다. 대학교를 1년 남직 다니다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고 베트남 전쟁에도 자원해 참전했다. 그는 첩보대 소속으로 포로를 심문하는 특수 임무를 주로 했다. 철모르던 시절의 선택이었지만 삶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좋게 표현해서 심문이지 결국 고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다른 사람을 가리켜 악질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자기 안에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전쟁에서는 자신의 내면에 좋은 면과 나쁜 면이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쟁의 기억을 지운다는게 쉽지 않은데 다행히 나는 그림을 그렸으니까 좀 쉽게 지웠다."
최동열 화백

최동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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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열 화백이 1986년에 그린 '짐승같은 인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꼬리는 없고 얼굴만 두 개인 네 발 달린 짐승을 그렸다.

최 화백은 처음부터 화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뒤 절에 들어가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1972년 미국무부 초청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눌러앉았다. 미국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등 힘든 경험을 많이 하다 1977년 뉴올리언스에서 화가인 아내 로렌스를 만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뉴욕에서 활동하며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과 함께 전시회를 했다.
"당시 미국의 빈부 격차가 엄청 컸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집주인들이 집세를 올리지 못 하니까 보험금을 타려고 건물을 불태웠다. 그렇게 불탄 공간에 가난한 집안의 청소년들이 모여 탄생한 문화가 그래피티와 힙합이다. 당시에는 힙합과 그래피티가 주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예술이라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최 화백도 영감을 얻기 위해 극한의 상황을 만든다.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할 때 뉴욕에서 6개월 살고, 그림을 그릴 때는 멕시코의 밀림을 찾아가 오두막을 빌려 그 곳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 6년 전부터는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며 현지에서 유화작업을 하고 있다.

최 화백은 2015년 웨이브아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예술기획사다. 웨이브아이는서울숲 아트센터에서 '반항의 거리, 뉴욕' 전시를 하고 있다. 최 화백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힙합과 그래피티 문화를 꽃피운 1980년대 뉴욕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최 화백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스트빌리지 뉴욕' 전시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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