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수탁자의 지나친 권한 이용 가능성" 우려도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지난해 7월 국민의 노후자산을 맡는 수탁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에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국내에선 2006년 장하성 펀드가 최초로 주주 행동주의를 시행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라자드자산운용이 출시한 한국기업지배구조편드의 투자 고문을 맡아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배당에 인색한 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여 기업가치를 높이려 했다. 태광산업 대표이사 해임 소송, 한솔제지 사외이사 선임 등 경영참여를 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 크라운제과, 화성산업 , 동원개발 등 편입 종목 주가가 올랐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 이후 주요 사례는 ▲2015년 미국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비율 반발 ▲2016년 라임자산운용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라임-서스틴데모크라시펀드 국내 최초 출시 ▲2018년 플랫폼파트너스의 표 대결을 통한 맥쿼리인프라투융자회사(MKIF) 운용 보수 삭감(기존의 10분의 1로) 요구 등이다.
정책 기조도 주주행동주의가 퍼지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금융 당국이 사모펀드 10%룰을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전문투자형·경영참여형 구분이 사라지고 10% 지분보유 규제가 폐지됐다. 국내 사모펀드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참여하려면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를 통해 지분을 10% 이상 매수해 6개월간 보유해야 했는데, 대기업 지분 10%를 매수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 전문투자형 펀드의 경우 10%를 초과한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아왔던 규제가 사라졌다.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면 대리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수탁자가 지나치게 권한을 이용하거나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단기 투자를 일삼는 현상이 늘 수 있다는 얘기다. 2003년 헤지펀드 소버린이 SK 주식을 매수한 뒤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한 끝에 시세 차익 1조원을 얻어내고 철수했다. 2006년엔 미국 칼 아이칸이 KT&G 주식을 매수한 뒤 사외이사 1명을 이사회에 올린 뒤 약 1500억원을 챙겼다. 이처럼 헤지펀드가 마음먹고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제도(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코드 도입을 선언하기 전부터 수탁자의 투자 철학과 수수료 체계 등을 검증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진그룹 주주권 행사를 결정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강화가 문제의 본질이라면 펀드 투자철학과 수수료 등에 관한 정보 공개가 늘어나야 한다"며 "투자기업도 스튜어드십 코드 전문 인력을 정비하는 등 자산운용사의 기업관여(engagement)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수탁자책임위원인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기관의 이해 상충 여부와 수탁자로서의 책임의식 등을 검증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정보 공개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개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오래 걸리는 만큼 유관단체인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 등이 관련 조항을 넣어 상장사를 대상으로 이 같은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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