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나 규제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게 언론의 진단이다.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장을 맡았던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혁신성장본부는 원격 의료 허용, 카풀 등 "해외에서는 가능한데 우리는 안 되는 규제를 풀겠다"고 호기롭게 출범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이 대표는 사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유를 설명했다. "(규제 개혁의) 문제는 그분(기재부)들 힘으로 되는 구조도 아니고, 국회는 국회대로 따로 움직이고, 부처는 부처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열심히 해도 안 바뀐다. 우리 사회의 문제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청와대는 이렇게 운영되지 않았다. 혁신성장본부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재부의 위상이 확립되지 않으니 각 부처의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만 설득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환경, 생명, 노동, 기업 정책 등 각 부처의 근본주의자들이 득세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전 정부에서는 매우 엄격하게 따져 봤다. 이번 정부는 '원칙'이 '경제'보다 중요하다. 숨죽이고 있던 근본주의 관료들에게 잔칫상이 마련됐다.
장담컨대 제2, 제3의 이앤엠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규제핵심부처의 장차관들 자체가 원리주의자들이다. 그러니 관료들에게는 '물 들어오니 (규제의) 노를 젓는' 태평성대가 도래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이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특정 분야에서 일부 성과가 나타나긴 하겠지만,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규제 환경의 개선까지는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규제 개혁은 터널 속에서만 세상을 보아 바깥세상의 변화를 모르는 관료들과의 싸움이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규제 권한을 주장하는 부처 간 규제 헤게모니 쟁탈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처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 장차관들을 유연한 사고를 하고 경제와 조화된 규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는 규제 개혁의 거버넌스 구조를 쇄신해야 한다. 규제 개혁의 궁극적 리더십은 오로지 대통령만 행사할 수 있다. 미국도 백악관에 규제 전담 조직이 있다. 기재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이곳저곳에 산재한 규제 혁신 기구를 해체하고 그 역할을 국무조정실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국무조정실 차장 중 한 명을 규제 혁신 업무만을 담당하는 대한민국 정부 규제혁신차관으로 만들어 총리와 대통령에게 직보하게 하는 방식이다. 규제 개혁의 리더십에 새판을 짜지 않으면 규제 개혁은 없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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