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더 못크는 한국 IB시장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2017년 11월 금융위원회는 국내 5개 증권사에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내줬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을 시행한 지 무려 8년만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5개 증권사 중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2곳에 불과하다.

자통법이 시행된 지 10년,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은 멀기만 하다. 아직까지 한국 금융회사들은 '골목대장' 신세다. 초대형 IB 라이선스를 갖춘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상반기 수익 중 20%가량을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서 올렸다. 태생부터 투자중개업자로 성장해 온 국내 증권사들이 "천수답(天水畓)식 수익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외치지만 여전히 관행적 수익에 안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덩치는 여전히 왜소하다.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8조1600억원이다. 나머지 초대형 IB 4곳의 자기자본은 4조~5조원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 IB인 골드만삭스(867억 달러ㆍ약 98조원)와 아시아 1위인 일본 노무라증권(246억 달러ㆍ약 28조원)에 한참 뒤처진다. 리서치ㆍ리스크관리 능력 제고와 해외 네트워크 확대 등 체질 개선도 기대에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진행된 대형 인수합병(M&A), 계열사 매각처럼 돈 되는 '빅딜'은 외국계 금융사들이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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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시행의 취지와 달리 은행권 중심으로 재편된 자본시장 구조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2017년 12월 금융위 민간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초대형IB가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일반 은행 수준의 건전성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것도 초대형IB를 사실상 은행과 같은 선상으로 재단한 결과다. 수익 안정성만 추구하고 헤지(위험 회피)에만 공들이며 자란 증권산업의 체력은 허약할 수밖에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가 초대형 IB의 인가부터 실제 업무까지를 제한하고 있다"며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하며 2009년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자평한 것도 그동안의 실패를 바로 잡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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