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일본의 ‘전쟁가능국’ 변신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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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새해 들어 또 개헌 추진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는 4일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시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나라의 미래상에 대해 논의할 때"라며 "구체적인 개헌안을 제시하고 활발히 논의하는 게 의원들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5일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에서 가진 자기 후원회 모임 중 올해를 "헌법개정 등 새로운 국가 만들기에 도전하는 원년으로 삼고 싶다"고 발언했다.

일본 언론도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을 대체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5일자 사설에서 "현행 헌법이 제정된 종전 직후와 비교해 지금 국제정세 및 일본 사회의 체계가 크게 달라졌다"며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헌법을 지향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이렇듯 과거의 만행일랑 전혀 반성하지 않은 채 패전 이후 60여년이나 지났으니 자국도 다른 나라처럼 군대를 보유하고 교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되레 일본이 2차대전 중 원자폭탄에 희생되고 종전 후 차별 받았다고 투덜거린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고통 받았던 우리로서는 일본의 헌법 개정 시도를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범국' 일본의 헌법은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2차대전 중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명령으로 연합국에 항복한 일본이 전후 마련한 헌법 제9조 1항과 2항 때문이다.


1항에 "일본 국민은…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명기돼 있다. 2항에서는 "전항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이외의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전쟁가능국가'로 도약하려 애쓰는 아베 총리의 야욕은 집요하다. 그는 2006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겨 처음으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아베 1기 내각은 각종 비리 사건과 참의원 선거 참패로 1년만에 무너졌다.


2012년 재출범한 아베 정부는 2014년 사회주의 국가나 분쟁지역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금지 원칙을 사실상 폐지했다. 일본을 전쟁가능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2015년 일본은 평화헌법에 대한 해석도 바꿨다.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로써 공격 받았을 때만 최소한의 방위력이 동원되는 '전수방위' 원칙은 사실상 사라졌다.


2017년 5월 아베 정부는 헌법 9조 1항과 2항은 남겨둔 채 자위대 근거부터 명확히 한 개헌안을 제시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개헌안 발의 후 국민투표에서 서둘러 통과시키려 들 것이다. 전후 첫 개헌부터 성사시킨 뒤 헌법 9조의 기존 조항마저 고치는 '2단계 개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베 총리가 오는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에 머물게 된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내각 수반을 맡는 게 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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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는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 노력과 관련해 "평화를 지키고 일본 주변의 질서를 안정시키는 자위대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위헌론을 불식시키는 데 의의가 크다"며 "총리는 헌법 개정의 목적을 국민에게 쉽게 설명하고 끈기 있게 지지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우리가 일본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은 일본이 여전히 제국주의 시절의 향수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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