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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연극 하고싶었다" 김진욱 연출의 '사건발생 일구팔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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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네 가족의 모진 삶 다뤄…내달 10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상업적인 연극들이 너무 많다. 정말 연극다운, 진한 연극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진욱 연출은 연극 '사건발생 일구팔공'을 무대에 올린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사건발생 일구팔공은 생선가게를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정자네 가족의 일상을 다룬다. 불행이 연속되는 모진 삶이다.

정자는 두 딸 순희와 선희, 아들 춘구와 함께 살고 있다. 순희와 선희는 두 번째 남편과 재혼하면서 얻은 의붓딸이고 춘구만 배 아파 낳은 자식이다. 재혼한 남편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큰 딸은 어려서 죽었다. 둘째 딸 순희는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고 춘구는 백수다. 그나마 선희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이 집안의 유일한 웃음거리. 하지만 선희의 약혼자 지환도 상처를 안고 있다. 여동생 지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했다. 지윤은 춘구의 옛 여자친구로 관계가 얽힌다. 지환은 여동생의 성폭행에 춘구가 관련돼 있을 것이라 오해해 선희와의 결혼을 미루려 하고 춘구와 격렬하게 치고받는다. 순희는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운 어느 비 오는 날, 혼자 집 밖으로 나갔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정자는 그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린다.

우울한 정자네의 삶에서 유일한 위로가 되는 것은 가족 간에 서로 보듬어준다는 점이다. 춘구는 고등학교 때 퇴학당한 문제아지만 가족에 대한 마음은 따뜻하다. 다른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 특히 장애를 앓고 있는 선희에 대한 가족 모두의 배려가 돋보인다. 모진 삶이지만 서로간의 이해가 우선이다.
연극 '사건발생 일구팔공'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연극 '사건발생 일구팔공'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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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듭된 불행 앞에 가족 간의 위로가 얼마나 힘이 될 지 의문이다. 연극도 해피엔딩 없이 그저 버텨내는 것이 삶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연극의 마지막에 정신줄을 놓은 정자가 죽은 엄마와 만나는 몽환적인 장면이 연출되는데 정자가 엄마에게 모진 삶을 어떻게 살았냐고 묻는다. 엄마는 그저 버텨낸 것일 뿐이라고 답한다.

불행이 이어지고 정자네 가족의 모진 삶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처절한 불행이 연속되면서 배우들도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데 처절하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든다. '사건발생 일구팔공'은 묘하게 연극은 배고픈 예술이라는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 맨몸으로 부딪혀 배고픈 예술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도 느껴진다.

'사건발생 일구팔공'은 2007년 김한길 연출이 대표로 있던 청국장이라는 극단에서 초연됐다. 김진욱 연출은 당시 청국장 단원으로 활동하며 춘구를 연기했다. 김진욱 연출은 2014년 5월 극단 웃어를 창단해 '가족입니다', '섬마을 우리들'을 연출해 무대에 올렸다. 다른 극단의 작품도 무대에 올리겠다는 생각에서 지난해 선택한 작품이 스승이 만든 '사건발생 일구팔공'이었다. 웃어가 만들어 올린 앞선 두 개 작품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선택됐다. 지난해는 '사건발생 일구팔공' 초연 10주년이기도 했다.

올해 극단 웃어의 창단 5주년 기념 기획 프로젝트의 첫 작품으로 선택된 '사건발생 일구팔공'은 내달 10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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