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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4·29 재보선에 숨겨진 文대통령 ‘반전의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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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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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싹쓸이도 가능하다.” 2015년 4월29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개표 상황실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의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재보궐 선거에서 완승의 기쁨을 눈앞에 뒀기 때문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여론조사가 불리하게 나올 때만 해도 실제 선거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개표가 진행될수록 설마는 현실이 돼 버렸다. 문재인 당시 대표는 2월8일 취임 이후 첫 재보선에서 쓰라린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서울 관악을’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당선, ‘인천 서·강화을’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 당선, ‘경기 성남 중원’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 당선, ‘광주 서을’ 천정배 무소속 후보 당선으로 끝이 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적인 텃밭으로 인식됐던 서울과 경기, 인천, 광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당을 이끌던 문 대표에게 모든 책임이 집중됐다. 2015년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궜던 ‘문재인 흔들기’가 본격화한 시점이다.
겉으로 볼 때 서울, 경기, 인천 그리고 광주는 민주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지역구다. 하지만 지역구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시 문 대표는 질 수밖에 없는 선거의 수장을 맡아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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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을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지만 구도는 만만치 않았다. 새누리당은 시의원을 지낸 오신환 후보를 내보냈다. 지역 밀착형 후보의 강점을 살려 최대 격전지에서 승리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오 후보는 43.89%를 얻어 34.20%를 얻은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승리를 거뒀다. 정 후보의 패배 요인 중 하나는 표심 분열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후보를 지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무소속으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20.15%를 득표했다. 보수 정당 후보의 당선이 쉽지 않았던 서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인천 서·강화을은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가 54.11%의 득표율로 42.85%를 얻은 신동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신 후보도 선전했지만 인지도에 강점이 있던 안 후보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성남 중원은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 55.90%, 정환석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35.62%, 무소속 김미희 후보 8.46%로 신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다. 성남 중원은 전통적으로 과거 민주노동당 계열 후보가 강세를 보였던 지역이다. 하지만 4·29 재보선에서는 신 후보가 50%를 훌쩍 넘는 득표율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광주 서을은 새정치민주연합 조영택 후보가 29.80%의 득표율에 그치면서 52.37%를 얻은 무소속 천정배 후보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심판해야 한다는 호남 정서와 천 후보의 개인기가 어우러지면서 싱거운 승부로 마무리됐다.

당시 4·29 재보선은 통합진보당 해산의 여파로 치러졌던 선거다. 수도권과 광주의 민심을 확인할 기회이고 문 대표 간판으로 치르는 첫 국회의원 재보선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뜨거웠지만, 결과는 일방적인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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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패배는 당시 문 대표의 정치 생명을 위협할 만한 결과였다. 해묵은 친노-비노 갈등이 재연됐고, 전당대회에서 투표로 선출된 문 대표를 조기에 하차시키려는 당 안팎의 공격도 이어졌다.

4·29 재보선은 1년 뒤에 있을 2016년 제20대 총선의 예고편으로 인식됐다. 문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축소됐고 정치적인 미래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2016년과 2017년 한국 정치는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2018년 12월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인 위기 상황이다. 70~80%를 넘나들던 국정수행 지지율은 40% 초반대까지 내려갔다.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뒤에 부정평가 비율은 50% 수준을 넘어섰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2015년 4·29 재보선과 그 이후 전개됐던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 대표는 자신을 흔드는 세력을 향해 재신임 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재신임 투표에 대한 비판론이 일자 이를 철회하고 당 쇄신에 힘을 쏟았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인사를 직접 찾아 나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병관 웹젠 의장(사진=아시아경제DB)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병관 웹젠 의장(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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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창원, 김병관, 양향자 등 참신한 이미지의 외부 전문가를 수혈했다. 영입 인사들의 활약은 곧 문 대표의 '보는 눈'을 돋보이게 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지지층이 다시 결집했다. 원칙과 소신 그리고 뚝심을 앞세운 ‘문재인 정치’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간판만 바꾸는 게 아니었다. 정치개혁의 비전을 제시하며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했다. 연이은 탈당으로 혼란에 빠졌던 당내 상황도 서서히 정비됐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반전의 기운이 엿보였다.

4·29 재보선 결과가 나왔을 때만 해도 1년 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16년 4월13일 20대 총선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각 당의 자체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82곳, 민주당은 35곳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지역이 많았지만 새누리당의 절대 우위 흐름이 이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20대 총선의 개표함을 연 결과,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서울 49개 지역구 중 35개 의석을 가져갈 정도로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뒀다. 불과 1년 만에 정치적인 위기를 극복하며 반전의 결과물을 내놓았던 근본 원인은 누구보다도 문 대통령이 잘 알 것이다. 어떤 정치적 행보가 떠났던 민심을 되돌아오게 했는지….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힘겨운 상황이지만 '반전의 묘수'를 찾아낸다면 상황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자신을 정치적인 위기에 몰아넣었던 바로 그 선거 4·29 재보선 이후 상황에 대한 '복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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