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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의 사건수첩]②제주 ‘살인의 추억’ 9년 전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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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를 성폭행 살해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된 피의자 A(49)씨가 지난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끝내고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육교사를 성폭행 살해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된 피의자 A(49)씨가 지난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끝내고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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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가 있다. 영장 기각 이후 범죄혐의를 소명할 증거가 추가된 점을 고려했다.” -제주지방법원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A(49) 씨가 21일 구속됐다. 지난 5월 구속영장 기각 이후 7개월 만이다.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는 9년 10개월여만이다.

2009년 당시 택시 운전을 했던 A 씨는 그해 2월1일 보육 여교사인 B(당시 27)씨를 제주시 용담동에서 태우고 애월읍으로 가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간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기필코 아니다. 똑같은 일로 (경찰이) 다시 불러서 이해할 수 없다"

영장실질심사 후 기자들의 질문에 A 씨는 이같이 말했다. 9년 전 제주 애월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2009년 제주 보육교사 유류품 발견 현장.사진=연합뉴스

2009년 제주 보육교사 유류품 발견 현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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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 일주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 ‘강력 사건’ 징후 보여

“운동하다 배수로에 여자가 엎드린 채 숨져 있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2009년 2월8일 오후 1시50분께 애월읍 애월고 인근 고내봉 도로변 배수로에서 실종된 B 씨를 발견한 주민 C 씨는 (당시 67)이같이 말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제주 서부경찰서 수사본부는 과학수사팀을 현장에 보내 B 씨에 대한 정밀감식을 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B 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것으로 확인된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인근에서 15㎞ 정도 떨어진 곳으로 확인됐다. 또 B 씨의 가방이 발견된 아라동과는 32㎞ 떨어져 있다.

발견 당시 B 씨의 시신은 실종 당일 입었던 무스탕 밤색 점퍼와 검은색 치마 등을 그대로 착용한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B 씨의 시신 부패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또 큰 외상은 없었다.

수사 방향은 '성폭행 후 살해'로 흘러갔다. 경찰은 숨진 B 씨가 실종 당시 옷차림으로 발견됐으나 스타킹이 벗겨져 있는 점 등을 감안, 성폭행 후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앞서 B 씨는 일주일 전 실종 상태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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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발생 당일 2009년 2월1일 무슨 일 있었나

2009년 2월1일 새벽 2시, B 씨는 친구들과 삼겹살과 술을 먹은 뒤 택시를 타고 ‘제주 법원’에서 내렸다. 그곳은 본인의 승용차를 세워 둔 주차장 인근이었다.

B 씨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마셨고 너무 늦어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자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택시를 타고 인근에 있는 남자친구의 집으로 갔다.

이때가 새벽 3시께였다. 남자친구와는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로 두 사람의 관계는 주변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이날 새벽에 만난 두 사람은 다퉜고 B 씨는 오전 3시3분께 남자친구 집에서 나온 뒤 2분뒤인 3시5분께 애월읍 소재 콜택시 회사에 전화해 택시를 보내 달라고 했지만, 이용객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를 끊는다.

이후 1시간 뒤인 새벽 4시4분께 B 씨 휴대폰은 그의 집과 가까운 애월읍 D 초등학교 근처에서 전원이 꺼졌다. 이후 B 씨의 행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가족과 상의해 공개수사로 전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에 착수한다. 당시 전경대 2개 중대와 형사과 전 직원, 119구조대, 제주방어사령부 군인, 주민 등 400여 명과 2마리의 구조견이 투입, 대대적인 수색을 벌인다.

5일에는 500만 원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로 수배 전단을 10만 부 추가 제작해 배포한다.

그러다 실종 5일째인 6일 오후3시께 애월읍과 반대 방향인 아라2동 농원 인근서, 60대 여성이 여성 가방 하나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다.

그 안에는 실종된 B 씨 신분증과 휴대전화, 지갑이 들어있었다. 경찰은 바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강력 사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수색 인원도 1,730명으로 증원하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2월7일에는 2,000명이 동원된 대규모 수색도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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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일주일가량 ‘감금’ 상태 추정…사건은 미궁 속으로

실종 일주일째인 8일 B 씨의 집에서 4km 떨어진 애월읍 모처 농로에서 B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제주의과대학으로 옮겨져 부검에 들어갔다.

2월9일 부검 결과, 사망 시간이 경찰과 달랐다. 경찰은 사망 시점을 실종 당일인 2월1일 새벽으로 추정했지만, 2월 7일에서 8일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근거는 위 내용물 중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발견된 것으로 봐서 사망 2~3시간 전에 식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일주일가량 ‘감금’된 상태였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사망 시점을 두고 엇갈리는 결과가 나와 이를 둘러싼 경찰을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공개수배로 전환하고 대대적 수색을 이어가고 있을 때 피해자 B 씨가 ‘살아있을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한 증거물과 유류품, 피해자 소지품 등을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으로 보내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

국과수에서는 피해자의 DNA, 시신 바로 옆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사건 당시 통행한 차량 등을 특정했다.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지문은 검찰되지 않았다.

2009년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박모씨(가운데 모자 쓴 이)가 지나5월16일 오전 경북 영주에서 체포돼 이날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9년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박모씨(가운데 모자 쓴 이)가 지나5월16일 오전 경북 영주에서 체포돼 이날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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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발생 두 달 후 유력한 용의자 검거…9년 지난 2018년 12월 결국 구속

2월18일 국과수는 사망 시점에 대해 경찰의 검안이 맞다는 결론을 내린다. 겨울 날씨, 배수로 등의 영향으로 시신의 ‘냉장 효과’가 발생, 부패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시신의 감금 흔적이 없다는 결론도 내렸다.

경찰은 이제 수사 방향에 대해 ‘B 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한 범행을 저질렀을 용의자를 찾는 것에 집중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시신 발견 직후 ‘살인 사건 수사본부’로 재편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다.

경찰이 당시 조사를 벌인 택시만 5천 대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콜택시와 일부 회사 택시를 제외하고는 택시에 운행 기록 장치를 달거나 기록을 남겨 두지 않아 경찰 수사의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경찰은 사건 발생 두 달 후인 2009년 4월 이 사건 관련 유력한 용의자로서 A 씨를 붙잡았다.

수사 결과 A 씨가 용담동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돼 B 씨의 탑승 장소 부근에도 있었음이 증명됐다. 또 거짓말 탐지기 결과 사건 당일 행적에 대한 A 씨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결과도 확보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직접 증거가 없어 A 씨는 경찰의 수사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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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경찰은 지난 4월부터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재수사에 돌입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살된 B 씨의 윗옷 어깨 부분과 피부 조직에서 2∼3㎝ 크기의 작은 옷의 실오라기를 몇 점 발견했다.

경찰은 이 실오라기들을 미세증거 증폭 기술을 이용해 A 씨가 사건 당시 착용한 셔츠와 같은 종류라는 것을 입증해냈다.

또 A 씨에게서도 실오라기를 발견, 증폭 기술로 이 실오라기가 B 씨가 사망 당시 입었던 옷의 종류와 같은 것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법원은 5월 증거 부족을 이유로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이후 7개월간 A 씨의 택시 운전석과 뒷좌석, 차 바닥 등에서 추가로 B 씨가 당시 착용 옷과 유사한 다량의 실오라기를 발견했다.

또 B씨의 가방과 치마, 휴대전화에서도 A씨가 당시 착용한 셔츠와 유사한 실오라기를 발견했다.

경찰은 또 사건 발생 당시 CCTV 장면에 대해 추가로 보정 작업을 진행, B 씨가 탔을 것으로 보이는 영상의 택시가 A 씨의 것과 종류와 색깔이 같은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서로의 실오라기가 차와 상대 소지품 등에서 다량 발견된 것은 상호 접촉은 물론 물리적인 다툼 등 범행을 간접 증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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