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가 있다. 영장 기각 이후 범죄혐의를 소명할 증거가 추가된 점을 고려했다.” -제주지방법원‘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A(49) 씨가 21일 구속됐다. 지난 5월 구속영장 기각 이후 7개월 만이다.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는 9년 10개월여만이다.
2009년 당시 택시 운전을 했던 A 씨는 그해 2월1일 보육 여교사인 B(당시 27)씨를 제주시 용담동에서 태우고 애월읍으로 가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강간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기필코 아니다. 똑같은 일로 (경찰이) 다시 불러서 이해할 수 없다"
영장실질심사 후 기자들의 질문에 A 씨는 이같이 말했다. 9년 전 제주 애월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2009년 2월1일 새벽 2시, B 씨는 친구들과 삼겹살과 술을 먹은 뒤 택시를 타고 ‘제주 법원’에서 내렸다. 그곳은 본인의 승용차를 세워 둔 주차장 인근이었다.
B 씨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마셨고 너무 늦어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자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택시를 타고 인근에 있는 남자친구의 집으로 갔다.
이때가 새벽 3시께였다. 남자친구와는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로 두 사람의 관계는 주변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이날 새벽에 만난 두 사람은 다퉜고 B 씨는 오전 3시3분께 남자친구 집에서 나온 뒤 2분뒤인 3시5분께 애월읍 소재 콜택시 회사에 전화해 택시를 보내 달라고 했지만, 이용객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를 끊는다.
이후 1시간 뒤인 새벽 4시4분께 B 씨 휴대폰은 그의 집과 가까운 애월읍 D 초등학교 근처에서 전원이 꺼졌다. 이후 B 씨의 행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가족과 상의해 공개수사로 전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에 착수한다. 당시 전경대 2개 중대와 형사과 전 직원, 119구조대, 제주방어사령부 군인, 주민 등 400여 명과 2마리의 구조견이 투입, 대대적인 수색을 벌인다.
5일에는 500만 원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로 수배 전단을 10만 부 추가 제작해 배포한다.
그러다 실종 5일째인 6일 오후3시께 애월읍과 반대 방향인 아라2동 농원 인근서, 60대 여성이 여성 가방 하나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다.
그 안에는 실종된 B 씨 신분증과 휴대전화, 지갑이 들어있었다. 경찰은 바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강력 사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수색 인원도 1,730명으로 증원하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2월7일에는 2,000명이 동원된 대규모 수색도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