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매표(賣票)행위 금지가 취지... "선관위가 확대해석" 반론도 만만찮아

김기식 금감원장이  지난16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감원장-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마친 후 건물을 나오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김기식 금감원장이 지난16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감원장-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마친 후 건물을 나오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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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이른바 ‘셀프기부’ 행위가 위법하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법조계 일부에서 선관위 판단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법률 제정취지보다 확대해석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중앙선관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격론 끝에 전원일치 의견으로 김 전 원장의 ‘셀프기부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113조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원장의 진퇴를 선관위 판단에 맡긴 청와대의 뜻에 따라 김 원장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김 전 원장은 제19대 국회의원이던 지난 2016년 임기 종료를 몇 달여 앞두고 잔여 정치자금 5000만원을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제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김 전 원장이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사실을 들어 "셀프기부 행위”라며 맹렬히 비난하며 사퇴를 요구했고, 청와대는 선관위에 공을 넘기며 "위법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사임시키겠다"라고 공언했다.

공직선거법 제112~118조는 공직후보자가 선거구민이나 선거구내 기관·단체에 기부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규정들을 담고 있다. 직접 기부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제3자가 후보자나 후보자의 소속정당을 위해 기부할 수도 없고 기부를 권유할 수도 없다. 심지어 선거기간이 끝난 뒤 사례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공직후보자의 범주에는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자체장을 비롯해 정당의 대표나 대표후보자가 포함된다. 후보자 본인은 아니지만 후보자의 배우자, 형제자매 등 가족 등도 기부행위를 할 수 없는 주체에 속한다. 회사나 기관·단체도 후보자나 가족 등이 설립하거나 임·직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면 기부행위를 할 수 없고,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기관·단체, 규약이나 법령에 의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 역시 기부행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정당이나 정당관계자, 선거사무소 관계자가 소속정당이나 후보자를 밝히면서 기부행위를 하면 그 역시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 기부의 대상이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선거구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면 역시 처벌대상이 된다.


이 조항들을 위반하면 공선법 제230조 ‘매수 및 이해유도죄’ 처벌조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사람이면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김 전 원장이 5000만원을 기부한 더민주연구소는 선거구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민주당 소속 초·재선의원들로 구성된 곳이어서 선거구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관위의 위법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장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선거구를 따로 정할 수 없었다는 점도 감안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선거법 전문가들은 “공선법 제113조와 114조는 후보자가 선거구민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라면서 “제정취지를 비춰볼 때 다소 확대해석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수행위가 아니거나 매수행위의 위험성이 없는 부분까지 적용범위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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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도 "113조 등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공선법 제230조가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규정돼 있다"면서 "소속 정당의 싱크탱크에 기부한 것이 매수나 이해유도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시효가 선거일 후 6개월 이내로 이미 시효가 끝난 상황이어서 김 전 원장은 기소가 되지 않는다. 동시에 김 전 의원이 선관위 유권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길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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