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인정해라” vs “무덤으로 만들겠다”…예루살렘 갈등 ‘확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현실을 이제 인정해라" vs "시온주의자(이스라엘 민족주의)들의 무덤으로 만들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뒤 전 세계에서 갈등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엄연한 현실을 수용하고 평화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지만, 이슬람 권역을 중심으로 반(反)미,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를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경과 디아스포라(유대인들의 방랑사) 등을 언급한 뒤 "예루살렘을 제외하고 이스라엘의 수도가 어디에 있냐"면서 "예루살렘은 지난 3000년간 다른 민족의 수도였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인들이 현실을 빨리 이해할수록 평화가 더 빨라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이스라엘 안보에 올바른 결정이 아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용기를 내달라"며 네타냐후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미국은 이번 결정이 결과적으로 중동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10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어떤 결정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 마련"이라며 "이번 결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 지역 정세는 점차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예루살렘을 두고서 논란을 벌였던 팔레스타인인들의 경우 이미 최소 4명이 목숨을 잃고 1000여명이 시위 과정 등에서 부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중동은 물론 이슬람 권역 전반으로 반미시위가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1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중동 외외도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는 물론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남아프리카에서도 미국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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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무력대응을 호소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트럼프는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파괴하기 위해 그렇게 결정했다"면서 "알쿠드스는 시온주의자들의 가짜 정권에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테러 전쟁으로 타격을 입었던 이슬람 테러 단체들의 경우 중동 내 반이스라엘 정서를 등에 업고 부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당초 이번 사태 초기만 해도 중동이 과거와 같이 반이스라엘 대오로 뜻을 뭉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중동 각국이 서로 반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는 대표적 친미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조차도 미국의 결정을 비판할 정도로 중동이 똘똘 뭉치고 있다. 9일 열렸던 아랍연맹 회의가 대표적인 예다. 이란과의 관계 때문에 사우디 등으로부터 단교 압력을 받았던 카타르까지도 이번 회의에 참석해 한목소리로 미국의 결정을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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