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기대했는데 안타깝다’
지난 28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안철상 대전지방법원장과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하자 법조계 일부에서 나온 반응이다. 진보 성향인 김 대법원장에 걸었던 기대에 비해 결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자만 대법관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서남오’ 공식은 깨졌지만 현직 엘리트 판사 중심의 대법관 임명관행과 보수편향 등 정작 개선해야할 핵심사안은 비껴갔다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안철상·민유숙 두 사람의 신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무난한 인선"이라고 평가한다. '서남오'에서 한·두가지 조건이 빠지긴 했지만 '엘리트 법관'이라는 기존 인재풀에서 크게 벗어난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철상 대법관 후보자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뒤 서울로 유학와 건국대 법대에서 공부를 했다.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는 대표적인 여성 판사로 배화여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안 후보자의 경우 서울대 출신은 아니지만 오십대 남성이자 보수성향이 강한 현직 판사이고, 민 후보자는 남성은 아니지만 서울대 출신의 오십대 현직 판사다.

지방대 출신의 중견 여성 변호사 B씨는 “기존에 ‘대법관 공식’ 가운데 한 두 가지가 빠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보수적인 법조계 특정 직역·학맥·인맥이 대법관을 독식하는 기존 관행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대법관 중에 학자가 없다고 지적하면 학자를 뽑고, 서울대 출신 뿐이라고 비판하면 비서울대를 뽑고, 검사가 없다고 하면 검사를 뽑는 등 구색맞추기 하듯 인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검사출신은 박상옥 대법관, 순수 변호사 출신은 조재연 대법관, 학자출신은 김재형 대법관 등 각 1명씩이다. 이와 함께 한양대 출신인 박보영 대법관이 빠진 자리를 건국대 출신인 안 대법관 후보자가 메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법관들의 전문분야가 민법영역 등 일부 분야에 편중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법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대법관 가운데 민법분야의 단행본이나 논문을 주로 발표한 민법 전문가는 1월 퇴임이 예정된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을 비롯해 고영한, 김신, 김소영, 이기택, 김재형 등 7명으로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정확히 50%를 차지한다. 증권법과 상법 등에 관한 저술활동을 해온 권순일 대법관까지 포함하면 절반을 넘는다.


안철상 신임 대법관 후보자 역시 민사집행법 분야 전문가로 정평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민법 분야 편중현상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반면 노동법 전문가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김지형 대법관 이후 전무한 상태다. 그나마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리해고와 쟁의행위 등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노동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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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들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해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이 3만여건이 넘고 대법관이 하루에 11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살인적인 업무량을 감당하려면 판사출신이 아니고서는 엄두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접수되는 사건의 대부분이 민사사건인 상황에서 민사분야 전문가가 중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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