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진행된 (故) 이민호(18) 군 추모 문화제/사진=문수빈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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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하균 기자, 서지경 기자, 문수빈 기자] “저희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 죽고 싶지 않아요” , “선생님이 회사에서 짤려서 학교에 돌아오면 퇴학밖에 답이 없다고 하셨어요” , “대통령님이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직접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28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고(故) 이민호(18) 군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은 이같이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일부 학생은 기자의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학생들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인권 사각지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거리로 나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오후 1시48분께 제주시 구좌읍의 한 음료제조 공장에서 특성화고 실습생으로 현장실습 중이던 이민호 군의 목과 몸통이 제품 적재기 프레스에 눌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군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19일 숨을 거뒀다. 사망한 이 군의 아버지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보내주고 싶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특성화고 실습생이 목숨을 잃은 것은 이 군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22일 전북 전주시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현장 실습생 홍양은 업무 스트레스로 “콜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는 문자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5월28일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던 김 군(19)이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졌다. 김군의 유품으로 남은 갈색 가방에는 컵라면 한 개와 나무젓가락이 담겨 있었다. 김군도 이민호 군, 홍양과 같은 현장 실습생이었다.


28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진행된 (故) 이민호(18) 군 추모 문화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집회에 함께하고 있다/사진=문수빈기자 soobin_222@asiae.co.kr

28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진행된 (故) 이민호(18) 군 추모 문화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집회에 함께하고 있다/사진=문수빈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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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해 11월21일부터 12월9일, 12월21일부터 올해 1월20일까지 전국 593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10만8190명을 대상으로 현장실습 실태점검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결과 표준협약을 미체결 건수가 238건, 근무 시간 초과 95건, 유해 위험 업무 43건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모니터링 시스템 개선을 통해 상시적 지도·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태 점검 및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11월 이 군의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열악한 근무조건은 개선되지 못했다. 교육부는 이 군이 사고로 병상에 누워있던 20일, “2017년 2월 졸업한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률이 50%를 넘어섰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성과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작성과 위험업무 배치 여부 등을 확인하는 취업지원관은 지난 2010~2015년도까지 제주도 내 특성화고등학교에 1명씩 배치됐지만, 예산 문제로 사라졌다. 이 군이 사망한 제주도에는 취업지원관이 한 명도 없어 산업체 현장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월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특성화고 교사·학생들은 고교생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특성화고 교사·학생들은 고교생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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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제2의 이 군이 나올 수 있다면서 ‘청소년 노동보호법’을 제정해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인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지난 3월22일에 개최된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실습생 전공과 무관된 현장실습 파견’ ‘협약과 배치되는 근로계약’ ‘제한 업체에 실습생 파견’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시하며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재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활동가도 “의무와 강요가 있는 산업체 파견 및 현장실습을 학생 선택형 현장실습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현재 현장실습에는 콘트롤 타워 부재로 사고가 발생한다. 따라서 현장실습 전담기구를 중앙기관과 지역기관이 합동으로 만들 수 있는 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재근 활동가는 “청소년 노동보호법을 제정해 법적으로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며 “현장실습생에 대한 전수 실태 조사의 필요성”이라며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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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은 실습생의 권리를 보호할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는 기업이 협약 조건을 위반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기업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감시·감독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정윤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장이 27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 사고 발생 업체를 찾아 특별근로감독을 시작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윤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장이 27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 사고 발생 업체를 찾아 특별근로감독을 시작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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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 감독관 4명과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관계자 2명, 산업안전보건공단 제주지사관계자 2명 등 8명으로 구성된 특별근로감독단은 27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사고 발생 업체를 방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하균 기자 lama@asiae.co.kr
서지경 기자 tjwlrud2502@asiae.co.kr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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