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간담회선 긍정여론 지배적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부결시키면서 화훼농가들이 실망을 넘어 절망의 늪에 빠져 있다. 청탁금지법 개정 무산으로 선물 상한액이 오르면 사정이 좀 나아질까 하던 실낱 같은 희망조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접란을 키우는 박정근 세재난원 대표는 28일 개정안 부결 소식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화훼농가에 헛된 희망만 줬다"며 "이번 개정안 통과가 화훼농가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4일 농식품부 유통국 관계자들이 화훼ㆍ과수 등 관련 협회장과 농가 대표 17명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열었을 당시만 해도 개정안 통과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제 좀 숨통이 트이겠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부결 소식이 전해진 날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딱 14개월 되는 날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화훼공판장 꽃 경매액은 60억원 가까이 줄었고, 특히 축하 꽃으로 많이 찾던 난 매출이 21%나 감소했다. 현정혜 aT 대리는 "상한 기준이 10만원으로 완화되면 매출 부진이 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던 농가들의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화훼농가 중에서도 특히 난은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업종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폐업한 농가, 빚더미에 앉은 농가, 신용불량자가 된 농가 대표들이 수두룩하다"며 "당시 예산결산위원장이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공청회 때 600명의 농민 앞에서 피해 보전 관련 예산(98억원)을 통과시키겠다고 큰소리쳐놓고 단 10억원만 편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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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위원들에게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는 용역보고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문상섭 한국화원협회 회장은 "청탁금지법 시행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내용의 권익위 용역보고서에 대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이론적 얘기"라고 비판했다. 한국화원협회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난 등을 거래하는 회원들(1200명)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28% 급감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프리카 등 과채류 농사로 갈아타는 농민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화훼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관련 학과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올해(10월26일 기준) 17개의 원예ㆍ화훼 관련 학과가 폐지됐다. 문 회장은 "화훼산업이 침체하면서 원예ㆍ화훼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도 어려워지고 꽃집 창업, 플로리스트의 수요도 줄고 있는 실정"이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플로리스트 기술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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