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노동환경②]가맹점주도, 제빵사도 원하지 않는 '본사 소속'…누구를 위한 '직고용'
서울행정법원, 파리바게뜨 고용부 상대 가처분 소송 각하
가맹본부·가맹점주·직고용 반대 제빵사 모두 '전전긍긍'
12월5일까지 직고용 안하면 사법조치·年영업익 80%에 달하는 530억 과태료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차라리 직접 빵을 굽겠다." "본사 직원 되고 싶지 않다."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와 '현실적으로 직고용은 힘들다'는 파리바게뜨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제빵사와 가맹점주들이 잇따라 '직고용 반대' 뜻을 밝혔지만, 결국 제빵사 5300여명의 운명이 고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내세운 고용부의 '명분'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로 맞선 파리바게뜨의 '실리'가 정면 충돌한 상황에서 법원은 '공공복리'보다 '새정부의 노동정책 존중' 기조를 더 고려, 정부 손을 들어줬다. 파리바게뜨 가맹본부 SPC는 물론이고, 협력사와 가맹점주들, 직고용 반대를 원했던 제빵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28일 파리바게뜨가 고용부를 상대로 "시정명령 효력을 중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이는 파리바게뜨가 고용부로부터 제빵기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에 '집행정지 신청'(가처분소송)과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 소송'(본안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고용하고 있는 협력업체가 낸 체불임금 관련 시정지시 취소 청구소송 집행정지 신청도 마찬가지로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되거나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제빵사와 가맹점주들은 더욱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불법파견 논란은 협력업체와 가맹점주의 반발이 더해지면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협력업체는 '시정지시 처분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제빵기사 직접 고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27일 고용부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탄원서에 서명한 점주는 총 2368명으로, 전체 가맹점주(3300여명)의 70%다. 직고용 반대 의사를 밝힌 가맹점주 측은 "제빵사가 본사 직원이 되면 가맹점 내 일거수일투족이 본사의 감시를 받게 돼 점주의 경영자율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빵사가 본사 직원이 되면 지금보다 급여가 20% 이상 올라가게 되는데, 점주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도 이유다
이들은 또 "제빵사들이 원하는 고용 안정성 확보, 임금·복리후생 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가맹점·협력사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는 본사·점주·협력업체가 공동 출자한 '3자 합작사'가 제빵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일 파리바게뜨 11개 협력회사 가운데 제빵사 채용 규모가 가장 큰 협력업체 '도원' 소속 제빵사들도 "본사 직고용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구 지역 협력업체인 도원의 제빵사 700여 명 중 80%인 500여명이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이들은 "본사 소속이 되면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게 돼 업무 종류와 업무량이 훨씬 늘어날 텐데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직고용'을 반대하고 파리바게뜨가 추진한 '3자 합작사' 설립에 동의했던 가맹점주들과 협력업체, 제빵사들은 할말을 잃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실상 고용부가 밀어붙인 직고용은 파리바게뜨 본사, 가맹점주, 협력사, 일부 제빵사의 주장과 반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제빵사 직고용을 요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노조 소속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은 700여명(민주노총 집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체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임종린 파리바게뜨 노조 지회장은 "불법 파견에 대한 증거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법원이 각하 결정을 한 것은 당연하다"면서 "합작사는 지금처럼 협력사 구조와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본사는 또 다른 파견 업체를 만들기보다 직접 고용을 이행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고용부는 지난 9월21일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 등 5300여명을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같은 달 28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전격 통보했다. 민주노총 계열 제빵사 노조도 시정명령의 즉각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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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파리바게뜨 본사는 지난달 31일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취소 청구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달 29일까지 시정명령을 잠정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22일 첫 심문에서 파리바게뜨와 고용부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파리바게뜨 측은 "정부의 신속한 강제 이행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집행정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시정조치가 행정지도에 불과해 이를 어기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 제재가 없는 만큼 집행정지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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