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부근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규탄대회에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전국한우협회 등 290여개 중소상공·농어업인 단체 회원들이 농성하고 있다.(사진=김민영 기자)

지난 8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부근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규탄대회에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전국한우협회 등 290여개 중소상공·농어업인 단체 회원들이 농성하고 있다.(사진=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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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허용하는 음식물ㆍ선물ㆍ경조사비 상한액을 기존 3ㆍ5ㆍ10(식사 3만원ㆍ선물 5만원ㆍ경조사비 10만원)에서 개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민간 인사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설 전 청탁금지법을 개정하겠다던 고위관료들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진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비공개로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부결됐다. 전원위원회 중 권익위 측 위원들은 대체적으로 찬성했지만 비상임의원들 중 일부가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박은정 권익위원회 위원장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날 심의에 참여한 의원은 12명뿐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참석 등 외부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고 사무처장은 공석이며 위원 1명도 불참했다. 참석한 12명의 의원 중 절반인 6명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5명이 반대표를 던지고, 1명은 기권하면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이날 심의에서 일부 비상임위원들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바꾸는 것은 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극렬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임위원 중 절반 이상은 법조계 출신이다. 국민들이 청탁금지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9월 조사에 따르면 현행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4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설 전 청탁금지법 개정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당장 오는 29일 열리는 대국민 보고대회 일정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전원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한 후 당정협의를 거쳐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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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관계자는 "개정안 일부가 부결됐기 때문에, (대국민 보고대회) 일정은 상황을 봐야 한다"며 "부결된 안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박 위원장이 전원위를 재소집해 개정안을 재상정하고 찬성표를 던진다면 개정안이 통과될 여지는 남아 있지만, '억지 통과'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설 전 개정을 호언장담했던 정부 인사들은 머쓱하게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농ㆍ축ㆍ수산물 예외 적용에 관한 청탁금지법 개정을 논의 중이라며 "늦어도 설 대목에는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 역시 청탁금지법의 3ㆍ5ㆍ10만원 기준을 5ㆍ10ㆍ5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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