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시대,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아테네의 현자'로 불리던 솔론을 초빙하여 융숭하게 대접한 후 이렇게 물었다. "지금까지 당신이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였소?"
왕은 솔론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솔론은 평민 출신의 세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왕은 크게 실망했다. "그대는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이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가?" 솔론이 대답했다. "살아 있는 한 누구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얼마 후 크로이소스는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였다. 왕에게는 벙어리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왕은 불쌍한 아들을 위해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때 아들에게 내려진 신탁은 이러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날이 재앙의 날이 되리라.' 크로이소스는 벙어리 아들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 페르시아의 키루스 2세와 전투를 벌였으나 무참히 패하고 말았다. 페르시아 병사가 달려들어 그의 목을 치려는 순간, 벙어리 아들이 공포와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외쳤다. "안 돼! 그 분은 리디아의 왕이야!" 아들은 벙어리 신세를 면했지만, 크로이소스는 장작더미 위에서 화형을 당하고 말았다. 왕은 불에 타 죽으면서 솔론의 이름을 세 번 불렀다고 한다.
최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갑질'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권력을 가질수록, 많이 배울수록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사회지도층 인사 중 상당수가 사이코패스라는 연구도 있다. '양복 입은 뱀(snakes in suits)'으로 불리는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인지할 수는 있지만 느끼지는 못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영웅과 사이코패스는 동일한 유전자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이들이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은 그들만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강점은 자신감과 카리스마적 매력이다. 이 때문에 정치계에 발을 들인 사이코패스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정치인들은 눈 밝은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걸러낼 수 있지만, 자수성가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법의 심판에 기대지 않는 한 걸러낼 방법도 없다.
권력에 도취된 사람들은 특화된 전사이지만 사기꾼 성향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이들은 비극적 결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채색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솔론이 말했듯이, 한 사람의 행복은 지금 누리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통해 평가되는 것이다.
'을'들이 늘 당하고만 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부도덕한 권력자에 맞서 다양한 전략을 진화시켜왔다. 약자들은 조직적 저항을 포함하여 이탈과 태만을 주요 전략으로 사용한다. 또 풍자와 조롱을 통해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친다. 약자가 수모를 당하면서 감수한 고통은 금세 복수할 수 있다는 상상으로 대체된다.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약자들은 복수를 감행할 때보다 복수를 상상하고 결심할 때 더 큰 쾌감을 느낀다. 권력자들이 자신의 주변에 늘 보초를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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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진짜 모습은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가 진짜 '나'인 것이다. 갑질을 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려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격언이 있다. 역사는 승자가 쓰지만, 회고록은 패자들이 쓴다는 것이다.
이용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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