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강자의 위선
AD
원본보기 아이콘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옛 새누리당을 떠난 국회의원들이 창당한 바른정당은 약 10개월만에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호기롭게 출발했던 대다수는 납득할만한 이유 하나 없이 간판만 바꿔단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했다. 입이 닳도록 외쳤던 "국민의 뜻"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난해 11월29일 대국민 3차 담화를 통해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약 4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많은 죄목에 또 하나를 추가해야 할지 모른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청와대의 요구로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고 잇달아 이병호, 이병기 전 원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도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을 보고받고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을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하고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첫 검찰 소환조사 직전 "북한의 기만적인 대남 선전선동에 대비해 만든 것이 국군사이버사령부 사이버심리전단이고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퍼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편법 증여 의혹으로 여론과 야당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학벌주의 옹호 발언, 딸의 국제중 입학 등을 둘러싼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줄곧 주장해온 부의 대물림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 견해와 부조화를 이룬 삶의 궤적이 문제가 됐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새 정부에 적합한지 날선 성찰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여기에 홍 후보자의 증여가 국세청에서 권하는 절세 방법이라며 강변하는 청와대의 모습은 구인난의 발로로 비춰진다.

AD

고(故)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강의를 묶어 펴낸 '담론'의 15장은 위선(僞善)과 위악(僞惡)을 다뤘다. 그는 "위악이 약자의 의상(衣裳)이라면 위선은 강자의 의상이고, 의상은 의상이되 위장이다. (중략) 강자의 위선은 법과 정의 그리고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약자의 위악은 잘 보이지만 강자의 위선은 잘 보이지 않는다. 베일을 걷어내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정치는 강자의 위선을 닮았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데 그 가능성에 인류가 쌓아온 지혜는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모르는 건 더 문제다. 어디 정치뿐이랴. 정부, 기업, 언론도 마찬가지다. 맞닥뜨리는 일상 속에 차고 넘친다. 필자가 써내려간 이 칼럼도 또 다른 위선의 모습은 아닐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