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산업용재 소상공인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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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산업2부 김대섭 차장] 며칠이 지났건만 그 소상공인의 말과 표정에 담긴 불안감, 분노가 잊혀지지 않는다. 내 감정이 풍부해진 탓일 수 있지만 그의 걱정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유일 것이다.


그를 만난 건 며칠 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소기업중앙회였다. 산업용재 업계 및 소상공인 단체 대표 등 20여명이 모여 유진그룹의 신사업 진출 움직임을 규탄하는 자리에서다. 그도 산업용재 소매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다.

그와 함께 이 자리에 온 또 다른 참석자도 개탄스럽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40년간 산업용재 업계에서 사업체를 운영해 왔는데 이런 상황이 안타깝고 억울하기도 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침통함을 표현했다. 그는 유진그룹이 과거 하이마트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산업용재 시장에 진출할 경우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면 두렵다고 했다.


이들은 레미콘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유진그룹이 건자재ㆍ공구체인점을 운영하는 미국의 에이스하드웨어와 내년 1월께 서울 독산동에 매장 개점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내년에 20개 매장, 5년 내 100개 매장을 전국 각지에 개점하는 계획을 추진할 경우 산업용재 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폐업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이뤄놓은 시장을 유진그룹이 뒤늦게 '힘'으로 뺏어가려고 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산업용재 업계는 측정공구, 인테리어공구, 철물 등을 취급한다. 대기업 대형마트 등의 골목상권 진출로 인한 동네 슈퍼마켓 피해 통계자료를 비춰볼 때 산업용재 소상공인 매장들도 매출이 40% 이상 급감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아직까지 예상일 뿐이다.


유진그룹 측도 할 말은 많다. 인근 공구상가 상인들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고 의견을 청취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또 최근 트렌드에 맞춰 주택보수를 직접 하고 싶은 소비자가 편리하게 용재를 구입할 수 있는 전문 매장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소비자 편의성 향상과 시장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계와 직결되는 업종의 경우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부터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유진그룹의 사업 진출을 무조건 막자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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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는 정부가 나서 공정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사업조정 등 지역상권과 대규모 점포간의 상생방안을 활용해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피해 지역ㆍ업종을 중심으로 자생력 확보를 위한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업종의 소득과 규모의 영세성, 글로벌 경쟁력 확보 필요성 미약, 통상마찰 가능성 낮은 업종 등의 경우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법제화'를 통한 보호도 필요하다.


김대섭 산업2부 차장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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