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그후, 파리 날리는 지방청약
서울 청약기록 행진때 지방 '제로' 청약 속출
완도 미림·순창 미르채 등 1순위 접수자 '0' 8곳 달해
들끓는 서울 강남권과 대조
10일부터 위축지역 지정..자격완화 등 실효성 의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신규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1순위 청약자를 한 명도 받지 못한 단지가 올해 8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상황에서 거꾸로 '분양 찬바람'이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8곳 중 5곳은 8ㆍ2 대책 이후 분양했지만 1순위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의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오는 10일부터 청약자격 완화 등 정부의 분양시장 양극화 해소 대책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7일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올해 전국 분양단지 청약현황을 정리한 결과, 경기도 안성에서 지난달 분양한 '안성 경동 메르빌'은 1~2순위 청약에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10월 전북 순창에서 공급한 '순창 미르채' 역시 1순위 접수자가 한 명도 없었다. 2순위 기타지역에서 한 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분양을 시작한 전남 완도군 완도읍 군내리 '미림', 경기 포천의 '포천 신읍 코아루 더 스카이' 1ㆍ2단지 역시 1순위 청약에서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른바 '청약 제로' 현상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지방을 중심으로 22개 단지가 1순위에서 단 한명도 청약신청을 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충북 음성에서 '음성 생극 태경 에코그린'(2월), 제주 서귀포의 '서귀포시 아이진 베라뷰 대정'(3월), 충남 천안에서는 '병천 부경 타운하우스 2단지'(7월)가 1순위에서 신청자가 없었다.
지방 분양시장의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 강남권이나 부산 등 과열양상을 빚는 곳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최근 2~3년간 분양시장 호황에 따라 시중에 많은 물량이 나왔지만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올해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은 청약경쟁률이 수십, 수백대 일까지 치솟았다. 웃돈만 수억원가량 붙어 거래되는 일도 빈번했다. 반면 분양물량이 집중된 지방이나 창원ㆍ거제 등 지역 기반산업이 위축된 지역은 역전세난, 마이너스 프리미엄, 미분양 등으로 주택시장 전반이 홍역을 앓았다.
지금까지 주택ㆍ부동산 관련 정책은 서울 강남권 등 분양시장이 과열양상을 띤 지역을 겨냥했다. 분양권 전매가 어려워지고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투기수요를 어느 정도 진정시킨 효과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추진되면서 부동산 불씨가 꺼져가던 지방은 더욱 힘겨운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주택은 4만4109가구로 1년 전보다 2430가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분양이 감소세를 보이는 수도권과 다른 모습이다. 지방은 미분양이 꾸준히 늘면서 2011년 중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3년 전 공급된 분양물량이 올해 연말부터 내년 이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분간 입주 물량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 주택시장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역별 시장 상황에 따라 내놓을 맞춤형 대책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가 관심사다. 8월 공포된 주택법 개정안에 따라 11월10일부터 청약 조정대상지역 가운데 위축지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위축지역은 직전 6개월간 월평균 주택가격상승률이 1% 이상 떨어진 지역 가운데 주택거래량, 미분양, 주택보급률 등을 따져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정한다.
지난해 11월 청약시장이 과열된 곳을 겨냥해 조정대상지역이란 개념이 처음 생긴 바 있다. 반대로 침체지역은 위축지역으로 정한 뒤 전매제한 기간을 줄이거나 없애고, 거주지역 제한을 두지 않는 등 부동산 시장 불씨를 살리는 게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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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는 정부 대책만으로는 미분양 적체 현상을 완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청약제로단지의 경우 기타지역이나 2순위 접수에서도 청약신청이 거의 없었던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예비수요층 심리가 얼어붙은 만큼 전매제한이나 청약자격을 완화하는 간접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과거 정부에서 했던 환매조건부로 미분양주택을 매입하거나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적임대주택 확충의 일환으로 공공이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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