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포스트차이나]민낯 드러낸 中 엑소더스…'6억 인구' 아세안 新 노다지로
베트남·인니 파고든 한국유통 탐방기
아세안 젊은층 많아 잠재구매력 풍부
6억4000만 인구…유통가, 공략 빠른 걸음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이웃나라 중국의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으로 한국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위기를 뜻밖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언젠가 마주치게 됐을 중국시장의 한계를 일찌감치 겪고 대비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ㆍ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드 갈등이 해빙 국면을 맞았지만, '차이나 엑소더스(Exodus, 탈출)'는 멈출 줄 모른다.
성장성이 높은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 한국 유통기업들이 도전할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뛰어넘을 만큼 성장성이 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ㆍASEAN)이 새로운 무대로 각광받고 있다.
한류 열풍이 뜨거워 한국 문화와 제품 선호도가 높은 데다 경제 성장 속도도 중국을 앞지를 만큼 빠른 동남아시아 시장을 잡기 위한 한국 유통기업들의 항해는 본격 닻을 올렸다. 아시아경제는 인구 6억4000만명의 세계 3위, 국내총생산(GDP) 2조6000억달러로 세계 6위의 경제주체로 성장한 아세안의 공략 관문으로 통하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의 생생한 산업 탐방기를 통해 국내 유통기업들이 마련해야할 포스트 차이나 전략에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장밋빛 미래 없다면 脫중국=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래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동남아를 빠르게 선점할 계획입니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던 롯데그룹이 결국 현지 롯데마트 매장을 처분키로 한 이후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이 전했다. 당조 올해까지라도 중국에서 버티면서 넥스트 차이나 전략을 세우려던 롯데가 고심한 끝에 결단을 내린 것.
롯데는 중국 마트사업부에 지난 3월 3600억원가량을 긴급 투입한데 이어 3400억원을 추가 수혈하면서 중국시장을 빠져 나오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했지만, 결국 더 이상의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데 따른 것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롯데마트의 올 한해 매출이 1조2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란 추산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밝힌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롯데 피해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매출은 전년대비 7500억원 줄어들어든 41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 1조1600억원에서 7500억원이 급감, 64.7%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800억원 늘어난 1450억원을 기록해 적자가 800억원 늘었다.
자료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 한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1조2250억원 줄어든 4500억원에 그치고 영업손실도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기준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99개 중 영업정지 처분 74개 점포, 임시휴업 13곳 등 87곳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일찌감치 세워뒀던 넥스트 차이나 전략을 빨리 실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자본과 인력을 더 투입해 중국의 손실은 만회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그룹 역시 이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1997년 중국에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한지 20년 만에 백기를 든 것. 26개에 달하던 이마트 중국 매장은 현재 6곳만 남아있다. 이 중 5곳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젊은 인구 많은 아세안에 '한류 DNA 심는다'= 국내 유통기업들이 넥스트 차이나 플랜(전략)을 짜는 무대로 아세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성장성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중국보다 젊은 인구가 많은 것을 무기로 잠재 구매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미래 시장으로 꼽힌다.
동남아시아 주요 10개국(필리핀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ㆍ타이ㆍ브루나이ㆍ베트남ㆍ미얀마ㆍ라오스ㆍ캄보디아)이 가입한 아세안의 인구는 6억4000만여명으로 중국ㆍ인도와 함께 '빅3'에 꼽힌다. 전체 면적은 444만㎢로 남한의 45배에 이른다. GDP는 약 2조6000억달러로 미국ㆍ중국ㆍ일본ㆍ독일ㆍ영국에 이어 세계 6위에 해당하는 거대 단일 시장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아세안의 투자잠재력이 커 오는 2020년 세계 5위 경제권에 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아세안 올해 의장국인 필리핀은 오는 2030년 아세안이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3%로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투자 유입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의 7%가량인 1210억 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는 50년 새 274배나 커진 것. 35세 이하가 60%를 넘는 인구 구성 비율도 투자국이나 교역 대상국으로선 매력적이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세안에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은 K-컬처(한국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많다는 뜻으로, 잠재 구매력이 훨씬 커 '포스트 차이나'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CJ그룹은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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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베트남 하노이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33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노이 인근 7만3000여㎡ 규모 부지에 롯데쇼핑몰, 백화점, 마트, 시네마 등이 들어선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연내 롯메마트 1개점 점포를 비롯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등을 출점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2015년 베트남 1호점 '고밥점'을 오픈한데 이어 2019년 2호점을 출점할 예정이다. CJ그룹은 뚜레쥬르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프리미엄 베이커리 1위 브랜드로 만드는 등 K-푸드(음식 한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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