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들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알맹이가 없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정부가 장고 끝에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 상환능력비율(DSR) 등 핵심 규제가 이미 시장에 예고됐던 상황에서 딱히 눈에 띄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신DTI와 DSR도 기존에 알려졌던 수준 외에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나 목표치 등이 제시되지 않아 8·2 부동산 대책 때와 마찬가지로 설익은 규제로 인한 시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등은 지난 24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배포한 브리핑 자료를 보면 총 44페이지 가운데 절반가량은 가계부채 현황과 평가 등에 대한 내용이다. 나머지 부분에서 대응 방안과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정책 목표별로 ▲취약 차주 맞춤형 지원 ▲총량 측면 리스크관리 ▲구조적 대응 등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취약차주 맞춤형 지원과 구조적 대응은 가계에 대한 금융 및 주택 지원 정책이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총량 측면 리스크관리와 연관돼 있다. 바로 신DTI와 DSR이 그 핵심이다.
신DTI는 기존 DTI와 달리 차주가 보유한 부채를 더 포괄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현재는 주택담보대출을 2건 이상 보유한 경우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에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더해 DTI를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 신DTI가 적용되면 기존 주택담보대출도 원리금이 모두 반영돼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함께 차주의 소득을 산정할 때 장래 소득 증가분을 반영하게 되지만 세부적인 적용 방식이나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장래 소득 증액비율을 최대 10%로 한다는 안내지침만 내놓고 기본적으로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증액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추후에 통계청 정보 등을 활용해 장래 소득 인정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처럼 큰 틀만 나오면서 8·2 부동산 대책 때 세부적인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시장에 적잖은 혼란을 가져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체적인 장래 소득 증액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젊은 층에만 유리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 23일 사전 브리핑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유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령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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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역시 가장 핵심인 목표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금융회사들이 산정 방식을 연내 마련해 직접 설정하도록 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해 대출 가능 금액을 산정하는 것이다. 금융사들이 자체 활용 방안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부터 건전성 유지를 위한 관리지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2019년부터 적용 예정하기로 했던 것을 반년 앞당겼을 뿐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나 영향 평가 등은 없는 실정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DSR 목표치가 나오지 않아 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8·2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금융적으로 정교화 시킨 정도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주거복지 로드맵으로 쏠리고 있다. 문제는 내달 공개될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도 이미 알려진 수준 이상의 ‘한방’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허 연구위원은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되면 다주택자에 미칠 영향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대책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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