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경영 개입' 용인…中 기업, 정관 바꾸고 習에 충성 맹세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 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경영 간섭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경영 개입을 용인하도록 정관을 변경한 기업이 급증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당대회에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한 국유기업 경영인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충성 맹세 발언을 쏟아내면서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국 본토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3410곳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당대회 개막 전날인 17일 기준 최소 436개사가 "기업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이 있을 경우 당 조직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듣는다"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을 결의했다.
이 신문이 같은 내용으로 지난 7월 말까지 집계한 회사 수는 288개였다. 이후 당대회 직전까지 불과 2개월여 만에 중국남방항공과 중신은행 등 대형 국유기업을 포함해 148개사가 당의 경영 개입을 인정하는 정관 변경을 실시한 셈이다.
중국 내 국유기업 수는 20만개 이상이지만 대부분이 비상장사로 국가 정책에 발맞춰 언제든 쉽게 정관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국유기업이라도 상장사일 경우 정관 변경 시 개인 투자자 등 주주와 이사회 승인이 필요해 이처럼 단기간에 수백 개 기업이 동일한 내용으로 정관을 수정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상장사가 정관 변경을 서두른 것은 시 주석이 개막식 업무 보고에서도 '모든 사업에 대한 당의 영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거듭 천명했듯, 시장보다는 시 주석에 충성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실제 이번 당대회에서는 시 주석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하려는 의도가 짙은 국유기업 경영자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최대 국유 석탄 기업인 선화그룹의 링원 총경리는 분과 회의에 참석해 "23만명의 직원이 함께 시 주석의 업무 보고를 TV로 시청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송전 회사인 국가전력망의 수인뱌오 동사장은 "170만명의 직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에 절대 충성을 맹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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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기업 경영 개입은 신생 회사도 피할 수가 없다. 공유자전거 브랜드 오포를 운영하는 베이징바이커뤄커커지도 지난달 사내에 당 위원회 조직을 신설했다. 당 위원회는 개별 기업의 사업과 전략 방향이 공산당의 지침과 정책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감독하는 사내 조직이다.
국유기업의 대다수는 내부에 당 조직이 있는 반면 외자를 포함한 민영기업의 당 위원회 비율은 50%대에서 지난해 68%로 갑자기 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 개혁과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면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경제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으나 이 같은 당의 기업 개입 강화는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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