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시각장애인들 "안마는 선택 아닌 생존"
시각장에인에만 안마사 자격 부여하는 의료법 제82조 1항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시각장애인들 "안마는 우리에게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한다'는 지적엔 "일반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아냐"
불법 무자격 안마행위 퇴출 및 옥외광고물 철거, 건강보험 적용 촉구
대한안마사협회가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는 현행 의료법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한 헌법재판소 기각을 촉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문호남 기자)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전국의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시각장애인만 안마사가 될 수 있도록 한 현행 의료법의 합헌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한안마사협회 회원 등 4000여명은 16일 서울 종로 세종로공원에서 "불법 무자격 안마행위자들로 인해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생존권이 풍전등화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으로 안마사 자격 조건을 규정한 의료법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 제82조 1항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만으로 안마사 자격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직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생계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법률이다.
의료법 제82조 1항에 대한 위헌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용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은 지난 2003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협회는 "현행법상 명백한 무자격 안마행위를 처벌해야 할 법원 판사가 들고 나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제청을 했다"면서 "이것이 강자들을 위해 약자들의 생계를 빼앗아 죽음으로 내모는 대한민국 사법기관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협회는 "태국마사지, 중국황실마사지, 피부마사지 등 각종 무자격불법마사지가 시각장애인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이들이 하루속히 근절돼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삶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대한안마사협회가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는 현행 의료법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한 헌법재판소 기각을 촉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문호남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김용화 대한안마사협회 회장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사 자격은 직업이 아닌 재활이다"라면서 "안마사는 일반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고 시각장애인들의 생계이자 생존권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회장은 "우리나라에 직업이 1만가지가 넘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청원서 낭독도 이어졌다. 이낙영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 전 대표는 "아직도 시각장애인들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파 대통령께 청원 드리게 됐다"며 "안마사 외에는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청각장애인의 지지발언도 이어졌다. 이대섭 한국농아인협회 회장은 "저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런데 청각장애인보다 더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은 바로 시각장애인이다"라며 "그 이유는 취업이 안 돼 삶이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는 정부와 사법부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정부에 대해 ▲위헌제청 합헌 판결 ▲불법 무자격 안마행위 퇴출 및 옥외광고물 철거 ▲안마 바우처 예산 확대 ▲안마사에 관한 규칙 개정 ▲안마시술의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 ▲3호칭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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