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연휴나기②]애견인 늘었지만 사각지대 놓인 '보호법'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지난달 28일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 주둥이에 대 도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농장주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이 금지되지만, 재판부는 전기를 이용해 죽이는 방식은 잔인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보호법을 지킬 자신과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폐지하라"고 반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지난해 10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동물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기반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개고기 찬성·반대' 논란과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에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농장주 이모(65)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경기도 김포의 개 농장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 주둥이에 접촉해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개 수십마리를 도살해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이씨가 개를 도축한 방법은 관련 법령이 정하고 있는 전살법의 일종으로, 동물보호법이 정한 잔인한 방법이라 단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를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그 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 등으로 보고 있다.
전기 충격을 이용해 개를 도살하는 행위가 잔인한 행위인 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셈이다. 동물보호단체 측은 전기충격으로 몸만 마비되고 의식은 있는 상태에서 털이 뽑혀 고기로 가공되는 방식이 잔인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의 경우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는 다른 가축들과 달리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도살 등 위생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개들이 전국 수많은 도살장에서 비공식적으로 도살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판부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지 않으나 개가 식용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와 가축을 다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지만 동물보호단체 측은 "엄연히 존재하는 법을 검찰과 판사가 무시하고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매년 복날이면 반복되는 '개고기' 논란도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산법에 따르면 개는 소나 말, 양 등과 함께 가축에 포함되지만 식용 축산물에 적용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개고기 유통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정부는 수십년째 이 같은 문제를 손 놓고 바라만보고 있다. 축산법상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고 식용을 금지한다면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들의 반발이나 음성적인 개 도축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고, 개를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 넣어 체계적인 관리를 하려고 시도하면 공식적으로 '개고기 식용'을 합법화하는 꼴이 돼버리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개 식용과 관련해 어떤 뚜렷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것도 동물보호단체들과 관련업 종사자 등 이해 당사자들의 찬반 양론이 비등해서다.
그러는 사이 동물보호법 위반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한 사건 건수는 339건으로 2012년 158건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다.
정부가 개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 마련에 시간을 끄는 사이 주인이 있는 개를 탕제원에 데려가 개소주로 만들거나, 잔인하게 개를 학대하는 사건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동물을 학대하고 유기하는 등 부적절한 관리로 인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동시에 국민의 의식과 행동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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