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출규제 오늘부터 시작…은행 창구 혼선 여전
"대책발표 20일 지났는데…오늘부터인줄 몰랐다" 23일 5개 업권 감독규정 개정되면서 실제 대출규제 본격화, 9월초 가계부채종합대책까지 나와 어수선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전경진 기자] 23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명동의 A시중은행 대출창구. 아들 결혼자금용으로 1억원의 대출을 받으러 온 박모씨(60세)는 오늘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적게 받는다는 창구 직원의 말에 난감해했다. 박씨는 "담보도 있는데 추가대출이 되지 않아 당황했다"면서 "바로 오늘부터 대출규제가 시작된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8 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20여일이 지나서야 은행업 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은행 창구의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정책발표와 감독규정 개정의 시차가 2주가 넘으면서 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9월 이사철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을 문의하러 은행 창구에 방문했던 김모씨는 "대책이 발표된건 알고 있었지만 과도기가 길 줄 알고 문의만 하러 왔다가 23일부터 시행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8 2 부동산 대책에 따른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 강화가 이날부터 시작됐다. 서울, 세종,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포함)에 대해 LTV와 DTI를 40%로 강화하는 5개 업권(은행ㆍ보험ㆍ저축은행ㆍ상호금융ㆍ여신전문업)별 감독규정이 22일 정식 개정돼 본격화된 것이다. 투기지역은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ㆍ양천ㆍ영등포ㆍ강서ㆍ용산ㆍ성동ㆍ노원ㆍ마포 등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다.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 지역과 세종시, 과천시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은행과 보험사, 캐피털사, 저축은행에서 접수하는 투기과열지구 소재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에 각각 40%의 LTVㆍDTI가 적용된다. 40%의 LTVㆍDTI 규제비율을 지키지 않으면 감독규정 위반으로 처벌받게된다.
시중은행들은 바뀐 감독규정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정확한 대출상담을 위해 전 지점에 공문을 발송했다. KEB하나은행은 사내인트라넷에 가계부채 대책 시행과 관련한 주요내용을 게시하고 전산 변경에 따른 안내서를 발송했다. 우리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취급시 유의사항을 각 지점마다 전달했다.
다만 규정개정이 금융위가 당초 예상했던 날짜(17일)보다 늦어져 혼란스러웠다는 반응도 나왔다. A은행 영업점 한 직원은 "대책이 처음 발표된 2일 전후로 문의가 폭주했고 막상 정책시행 당일인 오늘은 문의가 잠잠하다"면서 "정책과 규정 개정간에 시차가 있다보니 오늘부터 시행일인줄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다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창구 직원은 "23일을 기점으로 특별히 직원교육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창구에 협조공문이나 주의 요청이 나온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언제 시행될지 몰랐다"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와 큰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C은행 창구 직원은 "실수요자들이 오히려 LTVㆍDTI 규제 비율이 바뀐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 대출신청이 수치상으로 줄어든 것은 부동산 대책보다 시장금리가 상승한 이후 지속됐던 일관된 흐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 창구의 이같은 혼란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8ㆍ2 대출규제에 은행 창구가 적응하자마자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9월초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은 갚을 능력만큼만 대출받도록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신(新)DTI' 도입이다.
D은행 관계자는 "다음달 대출심사와 관련된 대책이 또 나온다고 해서 몇몇 대출은 보류하는 등 대출상담에 차질이 생기는 부분이 여전히 있다"고 전했다.
전경진 기자 k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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