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할 일하는 은둔형부터 비리 저지르는 사고뭉치까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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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1)의 남편 필립공(96·에든버러 공작·필립 마운트배튼)이 공식 은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세계 여성 지도자 곁을 지키는 '퍼스트젠틀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필립공은 이날 영국 런던 버킹엄 궁전에서 열리는 왕실 해병대 퍼레이드에 참석한 뒤 공무에서 은퇴한다. 은퇴 이유로는 고령에 의한 건강상의 문제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스 왕족 출신인 필립공은 10살 때 영국으로 건너온 뒤 1947년 엘리자베스 2세와 결혼했다. 무려 70여년의 세월 동안 여왕의 곁을 지킨 필립공은 637번의 해외 순방, 5500여건의 연설, 780여개 기구의 수장 및 회원이라는 엄청난 기록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줄곧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으로도 결코 여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해 온 필립공은 세계 최고의 퍼스트젠틀맨으로 꼽힌다.

퍼스트젠틀맨이란 국가원수의 아내를 뜻하는 '퍼스트레이디'에서 따온 말로 국가원수가 여성일 경우 그 남편을 의미한다. 해외 곳곳에서 활약 중인 여성 지도자들의 퍼스트젠틀맨에는 과연 누가 있을까.


◆소리 없이 조용한 남자들, '너는 너 나는 나'…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60)의 남편 필립 존 메이(59)는 한 투자은행의 임원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아내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나 곁에 머문다.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 메이 총리와 함께 TV에 출연한 필립은 학생 시절 연애담과 가사 분담 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아내의 유세 활동을 도왔다. 지난 7월 보수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뒤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메이 총리는 충격에 빠진 자신을 남편이 껴안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남편 필립. 사진=연합뉴스 제공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남편 필립.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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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은 비즈니스 관련 정보를 수집해 아내에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아내의 스타일리스트 역할까지 하는 '비밀병기'로 전해진다.


'제2의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3)의 남편 요하임 자우어(68)는 저명한 화학자다. "내 업무가 아니라 아내 때문에 나를 찾아오는 기자라면 그 누구와도 인터뷰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할 정도로 공식 석상에 도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탓에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분자(分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2005년 메르켈이 독일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총리로 당선돼 취임식을 할 때도 요아힘은 자신의 직장인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TV로 이를 지켜봤다. 취임 이후 부부가 함께 이탈리아로 휴가를 떠날 당시 요아힘은 전용기가 아닌 저가항공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남편 요하임 자우어. 사진=연합뉴스 제공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남편 요하임 자우어.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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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퍼스트젠틀맨인 그도 아내와 함께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만큼은 달라진다. 2016년 일본 미에(三重) 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이세시마(伊勢志摩) 정상회의에 메르켈 총리와 함께 방일한 요아힘은 당시 다른 나라 퍼스트레이디들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해 시선을 끌었다. 또 2011년 아내와 함께 방미한 요하임은 백악관 만찬장에서 무려 208명의 손님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크게 웃는 모습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아내 얼굴 화끈하게 만든 퍼스트젠틀맨도 있다 = 과거 '정계의 필립'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남편 데니스 대처 경은 아내에게 짐이 될까봐 자신의 사업까지 접을 정도로 극진히 아내를 보필했다. 데니스 대처 경처럼 외조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퍼스트젠틀맨이 있는 반면 아내의 얼굴에 먹칠한 남편들도 있다.


201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한 만찬에서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의 남편 펜더 아라자비 박사가 옆에 앉은 메리 덴마크 왕세자빈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사진=ten 영상 캡쳐

201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한 만찬에서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의 남편 펜더 아라자비 박사가 옆에 앉은 메리 덴마크 왕세자빈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사진=ten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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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무려 12년 동안 집권하며 지지율 80%를 기록한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73)은 남편 때문에 다소 민망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201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한 만찬에서 남편 펜더 아라자비 박사(68)가 옆에 앉은 메리 덴마크 왕세자빈(45)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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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70)과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70)의 퍼스트젠틀맨들은 각종 이권에 개입해 비리 스캔들의 주범이 된 바 있다.


이혼한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61)은 퍼스트 젠틀맨 역할을 자신의 장남에게 맡겼는데, 아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바람에 대국민 사과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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