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익 확보, 中 분쟁요인 차단 때문" 분석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저서 '북한-중국 국경: 역사와 현장' 발간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존치의 위험까지 담보로 내걸고 '벼랑 끝 협상'에서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국가는 지구상에서 북한이 유일하다. 이런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획정 과정에서도 제대로된(?) 협상력을 발휘해 중국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북·중 두 나라는 백두산 천지를 반분하기로 했지만 실제 국경선 획정 과정에서 천지 총면적의 54.5%가 북한 경내에 속하게 됐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는 지난 1962년 10월 북·중 국경조약을 체결하면서 북한은 영토적 실익 확보에 치중했고, 중국은 분쟁 요인을 차단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은 "이는 중소분쟁 과정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아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중국은 실리보다 분쟁 가능성 차단의 길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경획정 이후 중국에서는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고,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조선족 지도자들이 국경문제로 홍위병들에게 수난을 받은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분쟁 차단을 위해 북ㆍ중 양측은 압록강과 두만강 전체를 경계로 삼아 공동관리, 공동사용하기로 해 '항행이 가능한 주된 수로의 중앙선을 국경선으로 삼는다'는 국제법의 일반원칙도 벗어났다.
이 전 장관은 1996년 이후 공직생활 기간을 제외하고 매년 한두 차례 북ㆍ중 접경지역을 답사했다. 그는 "압록강 본류에 있는 발전소들은 북ㆍ중의 공동관리 하에 있고 생산된 전기는 양국이 공평하게 나누게 돼 있다"면서 "2015년 말 기준으로 압록강 본류의 수력발전이 북한 전체 전력의 약 16∼17%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정했다.
이 전 장관은 "2016년 말 현재 북ㆍ중 국경에서의 양국 협력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곳곳에서 지체되고 있는 모습이 완연하다"면서 "하지만 양국 경제주체 간의 협력 욕구가 강해서 이 제재를 뚫고 국경을 매개로 경제교류가 점점 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소개해 향후 북·중 두 나라의 교류 확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 발간한 이 전 장관의 저서는 북-중 국경의 역사와 현황을 종합적ㆍ체계적으로 서술한 최초의 서적이다. 이 전 장관이 최근 북중접경지역을 오가며 직접 촬영한 사진 100여 장을 담아 생생한 현장감도 느낄 수 있다. 세종연구소. 225쪽. 2만8000원.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