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숨은 것이다
 잦아들던 숨소리와 함께


 숨은 숨이다

 입속에 남은 한마디 끝내 하지 못한 채
 물숨을 삼켜 버린 해녀처럼
 병실의 공기란 공기는 다 빨아들여 몸에 가두었다


 입술이 닫히고
 혀가 싸늘하게 굳어 가고

 숨도 숨통도 숨결도 숨소리도 차디찬 입술 속에 얼어붙었다


 세상에서 가장 완강한 문이 있다면
 저 입술


 숨은 얼마나 깊이 숨어 버린 것일까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아주 먼 곳으로


 숨은 숨이여
 숨은 신보다 더 아득한 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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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최길수 화백

그림=최길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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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사라지는 순간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숨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비록 거칠고 여리기는 해도 방금 전까지 귀에 들리던 숨결이 입술 속으로 고요히 가라앉던 그 짧은 순간은 기이하게도 거의 영원에 가까웠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경악스러웠지만 또한 경건했다. 숨이, 그래, 저 "세상에서 가장 완강한" 입술 속으로 숨어 버리는 것을 내내 지켜보면서도 오열은 뒤늦었고 느닷없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이 시를 읽기 전까지 나는 죽음이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순간이라고밖에는 달리 말할 길이 없었다. "숨은 신보다 더 아득한 숨이여". 시인이여, 당신이 있어 이제야 나는 죽음 앞에서 얼어붙었던 입술을 조금씩 떼어 다시 숨을 고른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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