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박미주 기자] 국내 온라인게임 1세대 기업인 그라비티가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 급물살을 탄다면 올해 안에 코스닥 상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간판게임 '라그나로크'로 유명한 그라비티는 현재 국내 게임사로는 유일한 '나스닥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라비티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코스닥 시장을 포함해 상장 이전에 대한 실익 등을 검토한 바 있다"면서 "최근 거래소를 방문했지만 상장 요건은 물론, 여러 가지 제반사항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면서 "현재까지 확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라비티는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태동기인 지난 2000년 4월에 설립한 1세대 게임사다. 대표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그나로크를 국내를 비롯해 현재 세계 80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게임은 2002년 상용화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내와 일본 등에서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장수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코스닥 이전 상장 추진이 소프트뱅크 측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스닥 상장에 따른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나스닥 시장의 상장 유지비용은 매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률 서비스, 공시관련 인증은 물론, 특히 2002년 도입된 사베인스-옥슬리법안으로 인해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등 회계감사 비용까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나스닥 상장기업은 혜택은 크지 않음에도 주가부양과 거래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IR활동을 해야 한다. 결국 공시를 포함한 전반적인 관리부담이 회사 규모 대비 과중할 수 있는 단점이 발생하게 된다.
몇 년째 실적 부진이 계속된 그라비티 입장에서는 나스닥 상장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라비티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57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했지만 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 측의 그라비티 나스닥 상장 철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수 직후인 2005년 8월에도 소프트뱅크 측은 나스닥 공시를 통해 그라비티 소유지분을 늘리면 신속히 그라비티의 나스닥 상장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라비티 측에서는 상장폐지설을 공식 부인했지만 3년이 지난 2008년에는 이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라비티의 코스닥 이전 상장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먼저 비상장주식을 통한 코스닥 상장, 이후 나스닥 상장 폐지라는 순서를 밟는 절차가 유력하다. 이미 거래소 측은 해외에 상장돼 있는 국내 기업들도 코스닥시장에 상장이 용이하도록 지난 2007년 2차 상장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특히 최근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올해 한국형 '테슬라 상장' 제도도 시행됨에 따라 코스닥 상장 절차도 용이해진 상황이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게임업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유동성도 풍부해졌다"면서 "상장 유지 비용구조가 큰 나스닥 시장보다 코스닥 시장에서 실익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건만 맞는다면 올해 안 상장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나스닥 상장 폐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코스닥으로의 완전 이전은 2~3년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라비티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면 국내 기업 중 나스닥 상장사는 한화큐셀이 유일하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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