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²' 밑줄 쫙…천재성에 가린 열정과 끈기에 주목하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에 대한 동경
실패 합리화하는 자기 면죄부로 나타나
성공한 이들 재능보다 투지·의지 강조돼야


[임철영의 晴耕雨讀]'성취=재능×노력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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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들은 시간을 초월해 천재라는 평가를 받고 현존하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과학 분야에서 특출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는 아인슈타인에 비견될 만한 천재, 음악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보여준 사람에게는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식이다. 그들에 대한 동경은 천재가 아닌 사람들의 유일한 덕목이다.

사전적 의미의 천재는 태어나면서부터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이 선천적 재능을 가진 자는 '성공'이라는 개념을 만나 이미 성공한 사람,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확장된다. 때로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도 하는 '신화'에 닿는다. 동시에 이분법적 인식이 활성화되는데 천재는 성공과 둔재는 실패와 가까워진다. 이는 흔히 학업성적이 뒤처진 이유, 사업에 실패한 이유, 업무효율성이 떨어진 원인을 '머리가 나쁘고 재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일갈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실패에 대한 일종의 합리화이자 자기 면죄부다.


더 큰 문제는 선천적 재능에 대한 무차별적 편애에서 발생한다. '선천적 재능에 대한 편향'은 노력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정받는 자리에 오른 사람에게는 은근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선천적 재능으로 오른 사람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선천적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를 중시한다고 말하면서도 중요한 선택에서는 재능을 택하는 양면적 태도로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열정, 끈기, 의지 등 다른 가치는 뒷전으로 밀린다. 이는 자녀교육에서도 나타나는데 왜곡된 '영재교육'이 대표적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앤절라 더크워스가 쓴 '그릿(GRIT)'은 선천적 재능에 대한 편향적 태도를 경계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열정과 끈기의 힘에 주목한다. 저자가 철학자 니체의 분석을 인용해 편향적 태도를 비판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니체는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면서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하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봤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명분을 얻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재능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 대해서도 니체의 말을 인용해 각을 세운다. 니체는 "소질과 타고난 재능에 대해 말하지 말라.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위인이 된 이들을 여럿 들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유능한 장인답게 작은 부분을 제대로 만드는 법부터 진지하게 배운 다음 전체를 구성하는 일에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저자 역시 "노력형보다 재능형에 관심을 두는 일이 그렇게 나쁜 일인가"라고 물으면서 "재능에 집착하는 태도가 해로운 이유는 재능만 집중 조명함으로써 나머지 모두를 가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책을 관통하는 그릿이라는 개념은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른다. 저자는 심리학자들의 오랜 의문인 '왜 어떤 사람들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들은 실패하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재능 대신 그릿을 강조한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IQ 등 타고난 재능 때문이 아니라 성취를 위한 강한 열정과 끈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소설가 존 어빙, 배우 겸 영화감독 우디 앨런 등의 사례를 통해 논증한다. 여기서 도출되는 수식 '성취=재능×노력²'. 성취 또는 성공에 재능보다 노력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너는 타고났어' 대신 '열심히 하는구나'
부모·멘토·코치 등 일상적 표현도 바꿔야
실패 탓 개인으로 돌리는 노력지상주의는 경계


저자는 재능의 신화에서 벗어나면 성공에 대한 접점이 더욱 넓어진다고 주장한다.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가 중요해진다. 타고난 재능은 바꿀 수 없지만 그릿은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저자는 분명한 관심사, 질적으로 다른 훈련, 높은 목적의식, 다시 일어서기 위한 희망 등 네 가지를 통해 그릿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덕목이지만 대다수가 '나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고 실토할 것이다.


저자는 그릿을 강화하기 위해 일상적 표현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부모나 감독, 코치, 멘토라면 재능보다 노력에 대해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는 타고났어. 마음에 든다"는 표현 대신 "열심히 배우는구나. 마음에 든다"는 표현이 더 낫고, "적어도 노력은 했잖니"라는 위로 대신 "결과가 안 좋았네. 어떤 식으로 했는지 어떻게 하면 나을지 이야기해보자" "어려운 거야. 설령 못 하더라도 상심할 것 없어" 대신 "어려운 거야. 아직 못 한다고 해서 상심할 것 없다"고 말하기를 권한다. 재능보다 노력, 열정, 끈기에 맞춘 표현이다.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가 나왔고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끈 데서 보듯 일과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극에 달했다. 직장인 열 명 중 여덟 명꼴로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성공을 꿈꾸지만 재능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면서 좌절한다. 이 책은 냉소의 늪에 빠진 영혼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고 스스로를 구제할 방법론을 제시한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기초로 여러 연구 결과는 물론 각종 설문조사 내용을 더해놓은 덕에 자기자랑만 늘어놓은 허황된 자기계발서, 자녀교육서 등과 다르다는 극찬을 받았다.


다만 책 후반부로 갈수록 중반부까지 지속해온 과학적이고 논증적인 흐름이 탁월함과 성공을 향한 선언적이고 계몽적 레토릭(rhetoric)으로 변질돼 아쉽다. 저자의 성공방정식이 자칫 무차별적인 '노력지상주의'를 부추기고 모든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근거로 활용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그릿을 탁월함과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태도로 받아들인다면 꼼꼼히 익혀 적용할 만하다. 아울러 저자의 에필로그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희망의 싹을 틔워보기를 권한다. 가장 큰 좌절은 재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열정과 끈기를 잃은 자기자신을 깨닫는 순간에 찾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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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네가 천재는 아니잖니'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천재란 노력하지 않고도 위해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아버지 말이 맞다. 하지만 천재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부단히 탁월성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면 아버지도, 나도 천재다. 그리고 여러분도 부단히 노력할 마음만 있다면 천재다."


그릿/앤절라 더크워스/비즈니스북스/1만6000원

그릿/앤절라 더크워스/비즈니스북스/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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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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