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조사 후 하청업체-노동자 1대1 도급 계약 증가
설치건수 따라 수수료, 고객은 '건수'로 전락
더 많이, 더 빨리…위험천만한 근무 환경
미래부, 도급기사의 '전봇대 작업' 불법이라고 해석
"미래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태점검 해야"


지난 9일 박홍근, 유승희, 추혜선 의원은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 유료방송산업 개인도급의 문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9일 박홍근, 유승희, 추혜선 의원은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 유료방송산업 개인도급의 문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1.2016년 11월. 의정부 한 주택가에서 전신수에 올라가 인터넷 개통 작업을 하던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설치기사 김 모씨가 추락,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숨졌다.


#2. 2016년 12월. LG유플러스 북부산서비스센터 인터넷 설치기사 O모씨는 전신주에서 낙상, 팔에 골절상을 입었으나 산재를 적용받지 못했다.

위험이 외주화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IPTV, 케이블 방송 등 통신·유료방송 사업자들은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개통 및 수리 업무를 하청을 주고 있다. 하청업체는 이를 또 다시 개인도급 사업자에 재하청을 준다. 이 같은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노동자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 유료방송산업 개인도급의 문제와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통신·방송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그 자체로 좋은 일자리라는 사회적 정의와 민생에 반하는 것"이라며 "특히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추락, 감전 등의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은 업무를 무제한적으로 외주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추혜선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도급사업자 비율은 각각 36%, 48%에 달한다. 개인도급이 확대된 것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4년 9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협력업체 27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설치기사들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부터다.


당시 노동부는 19개 협력업체서 일하는 332명의 근로자성을 인정, 임금체계 등 근로자가 마땅히 누려야할 혜택을 지급하도록 지도했다. 이후 협력업체는 당시 결정을 참고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의 '도급' 형태를 가져왔다.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설치기사와 업체 간 일대일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설치기사는 각각 사업자, 즉 사장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환경이 고착화되면서 설치기사들은 설치 혹은 수리 건수에 따라 개별로 수수료를 받게 된다. 그러다보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 빨리, 더 많이 수리를 진행하게 되는 불안한 노동현장이 발생했다. 서비스 이용자는 '건수'로 전락했다.


이런 와중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정보통신공사업법상 개인사업자 등이 발주 받아 시공할 수 있는 '경미한 공사'의 범위에 대해 엄격한 유권해석을 제시하면서 개인도급 문제가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추 의원이 미래부에 문의한 결과, 미래부는 경미한 공사에 대해 '국선인입선로를 제외한 건축물에 설치되는 5회선 이하의 구내통신선로설비공사를 말한다'고 해석했다. 즉 전봇대 작업, 건물 외벽, 옥상 작업 등은 정보통신공사업자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개인 도급사업자가 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현행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보통신공사업자에 대한 실태점검을 할 수 있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적극적 유권해석을 내놓은 당사자인 만큼 미래부는 법에 근거해 지자체에 모든 권한을 맡겨서는 안 된다"며 "유료 통신방송사업자에 대한 등록, 허가권한을 가진 만큼 적극적 의견개진과 함께 사전실사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봉호 미래부 통신서비스기반팀 사무관은 "최근 법 해석 내용을 지자체에 알렸고, 각 지자체에 상반기 중 실태조사를 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며 "이를 통해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지자체가 행정조치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관은 "9000여개의 협력업체가 있는데 지자체 공무원이 일일이 다 찾아다닐 수 없다"며 "현행법에 불법 행태가 일어나고 있는 경우 이를 신고하면 지자체에서 현장에 나가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짧은 시간 내 많은 문제가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D

한편 협력업체들은 영업상의 어려움으로 개인도급 사업자들을 정규직으로 당장 채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대진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제도개선팀장은 "실제로 모든 업체가 모든 공사를 다 할 수 없고, 협력업체 중 연 10억 미만의 매출을 거두는 업체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영세하다"며 "게다가 업무 특성상 노동자들이 남들이 일을 안 하는 야간, 주말 업무가 많은 만큼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무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