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허창수·이승철 임기 만료
나서는 사람 없고, 부회장 사퇴 압박
'최순실 게이트'로 인선 논의 중단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년 초 회장과 부회장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의 후임 인선 작업이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허 회장과 이 부회장의 공식 임기가 내년 2월이지만 그 전에 인선 작업을 마무리 짓기는 사실상 어렵다. 3연임을 한 허 회장은 더 이상의 연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1년 전경련 수장에 오른 허 회장은 임기가 끝날 때마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마지못해 3연임까지 했다. 그는 지난 7월 평창에서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연임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회장에 나서겠다는 총수가 아직 없는 데다 물망에 오르는 인사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미르ㆍK스포츠재단 사태까지 터지면서 회장 인선 얘기는 재계에서 금기어가 되다시피 했다. 이 부회장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사태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 내년 2월까지 임기를 채우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지난달 10일 예정됐던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돌연 취소되면서 차기 회장과 부회장 인선 작업은 올스톱됐다. 이번 회의에서 전경련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기 위한 방안과 함께 차기 회장과 부회장 선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주요 그룹 회장들이 참석을 꺼리면서 회의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두 달에 한 번 홀수달 둘째 주 목요일에 열리는데 올해는 7월을 제외하고 매번 열렸다. 내년 1월 예정된 회장단 회의도 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2월 정기총회 직전인 1월 말 또는 2월 초에 열리는 정기 이사회 역시 회장들의 일정을 조율하지 못해 아직까지 날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해체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총대를 메려 하겠냐"며 "자칫 내년 2월 전경련 수뇌부가 모두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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