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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애인에게 "라면 먹고 갈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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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IT잼] 연애 게임 여주인공 '밀당' 고수' 만드는 가상현실·인공지능 기술 총집합

영화 '봄날은 간다' 여주인공 이영애의 대사 "라면 먹을래요"는 수차례 패러디되며 유혹 멘트의 대명사로 자리했다.

영화 '봄날은 간다' 여주인공 이영애의 대사 "라면 먹을래요"는 수차례 패러디되며 유혹 멘트의 대명사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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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여주인공 은수(이영애)는 썸을 타던 동료 상우(유지태)에게 슬쩍 "라면 먹을래요"라는 말을 던진다. 이 은근한 유혹의 말은 이후 여러 연예인이 패러디하는 등 유명세를 치르며 작업멘트의 대명사로 자리했다.

만약 미래의 가상현실게임 속 연인에게 '라면 먹고 갈래"라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현재로선 "라면은 핑계일 뿐 좀더 너와 사적인 공간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의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은 없다. 아니, 그전에 음성인식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는 첨단 기술로 인해 미래의 가상 애인은 확실히 다른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노골적인 성적 묘사로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콘텐츠는 지금도 수없이 쏟아진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상현실 속 상대방과 '썸 타는 순간'을 얼마나 생생하게 그릴 수 있는지가 관련 콘텐츠의 핵심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현재 개발중인 여러가지 인공지능, 생체인식, 가상현실 관련 기술을 종합해 미래에 나올 법한 가상현실 게임 속 '유혹의 순간'을 그려본다.

#1. 집 앞, 마주선 연인.
애인과 즐거운 시내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질 무렵, 오늘따라 유난히 새빨간 그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당신은 기분이 고조되며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가기 시작한다.

동공지진의 좋은 예. 이미지 출처 = JTBC 뉴스룸 캡처

동공지진의 좋은 예. 이미지 출처 = JTBC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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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영혼의 창이라는 옛말이 있다. 눈은 인간의 속일 수 없는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사람은 흥분하면 동공의 크기가 평소의 4배까지 커진다. 게다가 동공은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기관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지진나듯 흔들린다고 '동공지진'이라는 말이 있을까.

VR업계에서도 이를 적극 이용한 기술을 개발중이다. 눈동자의 움직임, 한순간 급격히 확대·축소되는 동공의 크기 변화를 뒤쫓으면 인간의 감정을 읽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가상현실에 관심이 많은 회사 구글이 이런 눈동자 추적 기술을 가진 회사를 사들였다. 2013년 설립된 광학기술 벤처 아이플루언스(eyefluence)다. 이 회사는 눈만을 사용해 기계와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발중이다. 매입액은 비공개다.

참고로 이 회사는 NHN, 모토로라 솔루션 벤처 캐피탈, 인텔 캐피탈, 재즈 벤처파트너스로부터 그동안 2160만달러(252억원)를 투자받았다. 아마 구글의 인수액이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썼냐고? 무겁게 고개를 휘젓는 대신 눈짓 한번 만으로 가상현실 속 캐릭터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충분히 돈을 쏟아부을 가치가 있다.

#2. 고백의 순간!
인공지능 그녀는 (아이트랙킹 기술을 통해) 당신이 자신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며시 입술을 가리며 웃는다. 이제 드디어 말을 꺼낼 때다. "우리 집에서 라면 먹을까".

설현의 입술. 이미지 출처 = 엠넷 '엔플라잉' 캡처.

설현의 입술. 이미지 출처 = 엠넷 '엔플라잉'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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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기서 잠깐. 현재까지 기술로는 VR의 그녀에게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신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자이로센서를 통해 기계와 소통할 뿐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가상현실 헤드셋 PSVR용 게임 '서머레슨'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갸웃거리는 걸로 게임 속 과외 학생과 대화한다. 선생님이 고갯짓만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다니…. 슬픈 현실이다.

그 해법으로 사람의 입모양만 보고 말의 내용을 파악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 옥스퍼드대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 중인 독순술 프로그램이다. '독순술(讀脣術)'이라 하면 무슨 독한 술인가 싶은데, 풀이하자면 입술모양 움직이는 걸 보고 무슨 말인지 파악하는 기술이다. 현재 개발된 인공지능의 독순술 실력은 정확도가 46%에 달한다. 고도의 기술을 연마한 인간보다 자그마치 4~5배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 기술을 적절히 응용하면 게임 중 플레이어가 입만 뻥긋거려도 가상현실 속 여친과 대화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설픈 독백을 하지 않고 입모양만 옴쭉거리면 되니 혹시 방문 밖에서 부모님이 들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3. 그녀의 표정은 '미묘'
고백을 받은 가상현실 속 그녀.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살짝 웃은 듯도 하고…. 게임의 난도가 상당히 높은걸.

'덕후를 보는 쯔위의 표정'이라는 제목의 움짤. 이미지 출처 = 온라인커뮤니티

'덕후를 보는 쯔위의 표정'이라는 제목의 움짤. 이미지 출처 =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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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빛에 비친 미묘한 표정의 그녀는 2015년 첫 공개된 일본 그래픽 아티스트 테루유카 부부가 제작중인 컴퓨터그래픽(CG) 여고생 '사야'를 떠올리게 한다.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사야'는 지난 10월 2016년 버전이 발표됐다. 머리 질감, 피부결, 그림자 등이 한층 더 실제 인물에 가까운 모습이다. 미래의 가상현실 속 그녀도 이렇게 현실감 넘치는 모습을 자랑할지도 모른다.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여고생 '사야'의 2015년 버전(왼쪽)과 2016년 버전. 이미지출처 = 테루유키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여고생 '사야'의 2015년 버전(왼쪽)과 2016년 버전. 이미지출처 = 테루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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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EVR 스튜디오가 '프로젝트 M'이라는 가상현실 애인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실제 미인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스캐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VR 속 애인을 구현한다. 공개된 영상을 통해 그녀의 모습을 알아 보자.



그… 그만 알아보자. 내 취향은 아닌듯 하다. 여튼 세상 사람들의 취향은 굉장히 다양한 편이다. 좀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현재 얼굴 표정 인식 기술을 개발 중인데 관련 기술의 오픈 소스까지 공개하며 대중의 관심을 유도한다. 미묘한 감정을 담은 얼굴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VR 그녀의 얼굴 표정도 훨씬 풍부해질 것이다.

#4. 그녀의 반응은 역시…
이렇게까지 가상현실 연애에 가슴을 졸이며 공을 들였는데 과연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드라마 '빅'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본팩토리

드라마 '빅'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본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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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게임의 레벨 난이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플레이어의 나이대에 따라 수위조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 한 순간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지난다면, 가상현실 속 그녀는 갑자기 속내를 감추고 플레이어를 시험하는 '밀당'을 벌일 수도 있다.

이같은 우려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미국 드라마 '웨스트월드'에서 제기된다. 드라마에서 특이점을 지난 인공지능 로봇에게 "거짓말 한 적 있냐"고 묻자 태연히 "없다"고 답한다. "생명을 죽인 적 있냐"는 말에도 "그런 적 없다"며 슬며시 파리를 잡아 죽인다. 영화 '허(her)'에서는 인공지능OS가 남자 주인공과 사랑하게 되면서 느끼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슬픈 결단을 내리게 된다.

만약 은근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대체 무슨 생각하시는 거에요"라고 정색하는 가상현실 속 그녀를 본다면? 솔로인 현실을 잊고자 가상현실에 빠져든 이들의 가슴이 또다시 무너질지도 모르겠다.

p.s. 고백하건데, 올해 제가 스크립트를 쓴 카드뉴스의 대부분은 '완벽한 가상현실 속 인공지능 여주인공'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소개한 것이었습니다.
(☞클릭 - 카드뉴스 보기)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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