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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기자의 명품무기]연구원의 희생 담긴 'K-9 자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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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화재 발생 후 검게 그을린 시제 1호기 내부 모습.

1997년 12월, 화재 발생 후 검게 그을린 시제 1호기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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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산 명품무기 중 하나로 꼽히는 K-9 자주포가 올해 북유럽 국가에서 이뤄진 현지 성능시험 평가에서 우수한 성능을 받았다. 현지 성능시험 평가는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1월), 스웨덴(5월), 핀란드(9월)에서 이뤄졌다. 지난 8월에는 중동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뤄졌다. 노르웨이 '레나(Rena)' 육군종합기지에서 진행된 동계 평가에서는 4개의 동급 자주포보다 설상ㆍ혹한 환경에서 탁월한 성능을 입증해 우수장비(Short List)로 선정됐다.


당시 독일의 PzH-2000과 스위스 M109L47, 프랑스 Caesar 자주포가 사격과 기동,정비, 적재 등의 항목에서 K-9과 겨뤘다. K-9 자주포는 720㎞를 달리며 73발을 사격했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이들 성능시험이 이뤄진 국가는 K-9 수출 대상국들이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폴란드에서 현지 성능시험 평가가 있었다.


K-9 자주포는 명품무기가 되기까지는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K-9 자주포도 처음부터 명품은 아니었다. 연구실에서는 문제가 없던 K-9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초청해 시험발사를 할 때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적도 있다.


한 연구원의 목숨도 빼앗아갔다. 1997년 12월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는 ADD 관계자들과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관계자들이 모여 시제 1호기의 포사격을 시험하기로 했다. 시제 1호기는 오전에 32발 등 총 424발을 쏜 상태였기 때문에 사고가 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이날 연구원들은 오전 사격을 마치고 시험을 이어갔다. 오후 2시 30분. ADD연구원 2명과 삼성테크윈 연구원이 탑승하고 시제1호기에는 18발의 비활성포탄과 장약을 자주포에 탑재했다.


첫 탄이 발사되고 9초후 두번째 탄이 발사됐다. 하지만 세번째 탄은 시간이 지나도 탄이 발사되지 않았다. 탑승한 연구원들은 불길했다. 순간, 약실에 남아있던 추진제 찌거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니 순식간에 불은 번졌다. 자주포 내부에 탑승한 인원은 모두 탈출했지만 삼성테크윈 정동수 대리는 심한 화상을 입었다. 정 대리는 결국 사고 한 달 뒤 세상을 떠났다. 34세의 나이. 부인과 어린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K-9 자주포의 시험은 더 이어졌다. 1998년 겨울에는 눈밭에서 이동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눈을 기다리다가 눈이 쌓이질 않아 스키장을 빌려 시험평가를 마무리 하기도 했다.


ADD 관계자는 "K-9자주포의 개발을 끝마쳤을때 동료의 몫까지 해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면서 "세상을 떠난 동료가 지금의 K-9자주를 보면 얼마나 행복해 했을까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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