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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올림픽②]떡볶이 세계화? 정부가 꿈깨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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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의 뼈아픈 지적 "우리 한식의 위대함 알리겠다고? '입맛의 벽' 넘는 전략은 있는지"

[요리올림픽②]떡볶이 세계화? 정부가 꿈깨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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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떡볶이는 전통 음식이지만, 젊은 층도 거부감 없이 즐기는 매력적인 음식이다. 쌀 소비가 줄어들 때마다 밥을 대체할 수 있는 가공식품으로 거론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주장이 '떡볶이 세계화'다. 떡볶이 산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외치기 시작한 정부는 이명박 정부였다. 떡볶이 프랜차이즈화와 수출에 목청을 높였다. 국제 떡볶이 페스티벌이 열리고 외국 현지에서 설명회도 가졌다. 국내서도 '떡볶이에 색을 입히다'라는 이름으로 음식축제가 열렸다. 또한 떡볶이 연구소가 생겨나고 세계화를 위한 메뉴 개발에 공을 들인다. 심지어 떡볶이의 영문발음이 글로벌하게 통용될 수 있도록 '토포키(TOPOKKI)'라는 네이밍이 고안되기도 했다.

현정부 들어서도 떡볶이 붐업은 계속됐다. 2012년 박근혜대통령은 무역투자 진흥회의에서 인도네시아와 200만 달러 쌀떡볶이 수출 계약을 체결한 기업을 거론하며 쌀의 가공식품화 수출을 독려했다. 올들어 '한식세계화'의 이상징후에 대한 지적들이 구체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뉴욕 한식당을 열며 열정적으로 주도했던 일들이 도중하차했으며 결국 1200억원대에 이르는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음식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그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들이 생겨난다. 떡볶이의 경우, 여전히 기업들의 수출 낭보가 없지 않지만, 지속적인 '식문화 수출'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리송한 게 사실이다.
사진=룩셈부르크 월드컵에 출전했던 대표팀 당시 모습.

사진=룩셈부르크 월드컵에 출전했던 대표팀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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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우리나라식의 떡볶이를 좋아하기 어렵다. 끈적끈적한 느낌에 익숙하지 않다."

독일요리올림픽 국가대표팀 감독 조우현(54)셰프는 7일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까닭은 2009년 태국 아시아 컬리너리(요리) 대회 때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대표팀이 만든 떡볶이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뤘다. 그가 함께 했던 팀이 만든 떡볶이는 우리가 아는 분식집의 매콤달콤한 떡볶이와는 달랐다. 토마토 소스를 기본 베이스로 하고 우리나라 전통 고추장을 20% 정도만 소스로 사용했다. 그리고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아스파라거스, 숏파스타, 새 송이 버섯을 넣고 마지막으로 조랭이 떡을 살짝 넣었다.
조우현 독일요리올림픽 국가대표팀 감독이 음식을 두고 생각에 잠겨있다.

조우현 독일요리올림픽 국가대표팀 감독이 음식을 두고 생각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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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식세계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 입맛을 중심으로 한국 음식이 맛있다면서 세계화를 꿈꾸는 건 어리석인 일일 뿐이다. 입맛과 문화가 다른데 맵고 달고 쫄깃한 떡볶이 드시라고 주장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정부가 그런 잘못된 논거를 가지고, 예산을 펑펑 쓰는 건 정말 속이 터지는 일이다"라며 떡볶이가 외국인들에게도 맛이 있으면서도 색다른 음식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입맛이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85대15'론을 강조한다. 외국인들이 익숙한 입맛을 겨냥해 85%의 음식을 조리하고 한국적이면서도 새로운 맛을 15% 정도를 가미하면서 경험치를 높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그의 주장은 15%의 한국 떡볶이와 85%의 글로벌 입맛이 케미를 이뤄야 국제적인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5%만 해도 그들에게는 아주 새로운 맛의 충격이니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에 익숙해질 때쯤, 한국적 특징을 강화해나가면 된다. 이것이 조셰프가 말하는 한식세계화 전략의 핵심이다.

싫어하는 맛을 좋아하라고 만드는 식의 '세계화'는 불가능하며, 좋아하는 맛을 기반으로 이색적인 맛의 새로움을 서서히 가미하는 전략으로 우리의 맛을 알리는 게 여러 국제 요리대회를 치러본 경험의 미립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글로벌화'된 한국요리나, 한국적 맛을 가미한 유럽식 요리를 내놓아 보니 외국인들은 반색을 했다. 분명 아는 재료지만 처음 접해보는 '한국식'향과 맛에 감탄한다. 조셰프가 불만인 것은, 한식 세계화의 생생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그들이, 정부의 한식 세계화 지원에서 전혀 소외되었다는 점이다.

조셰프는 "우리는 정부로부터 거의 지원받는 게 없이 순수하게 자비로 국제 경연대회에 출전한다. 민간 자격일 뿐인 우리가 '국가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만만찮은 경비를 들여 굳이 대회에 나가는 것은 한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우리의 실력이 나라의 이름을 빛내고, 또한 개인적으로 쌓아 온 역량을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일은 즐겁다. 대회 출전을 위해 우리가 피를 말리며 만들어내는 음식은, 사실 '코리안 푸드'의 태극마크라고 볼 수 있다. 이 일이 국가의 무관심 속에서 오직 '우리만의 전쟁'으로 그치는 점은 억울하다"라고 토로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은 나라에서 지원이 많다. 올림픽에 참가 한다고하면 월급을 주면서 4년 동안 준비시킨다. 싱가포르 선수들의 경우는 국가에서 지원해준 전용기를 타고오기도 한다.

외국선수들이 한국선수를 '크레이지 보이(crazy boy)'라고 놀리기도 한다. 통상 셰프 1명에 3명의 딜리버리(보조역할)이 붙는 외국선수들과 달리, 우리 선수들은 직접 아이스박스를 나르는 등 허드렛일까지 모두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여건 때문에 대회 참여 자체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국가대표팀 팀장 최보식(49) 셰프는 "한국 조리사들은 장점이 많고, 손 기술이 뛰어나고 섬세하다"고 말한 뒤 "국제대회에선 일본보다 실력이 좋으며 싱가포르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다"고 소개한다. 그렇지만 독일이나 미국이 체계적으로 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것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다. "우리는 이동거리도 멀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도 없어서 대회 때마다 불안불안하다"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2008년 요리올림픽 때엔 4000만원 상당의 식자재 및 도구 1톤이 세관에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돈도 돈이지만 꼼꼼히 준비해간 식재료와 음식들을 제로 상태에서 새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태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세관 통과 문제는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만 한다면 쉽게 해결됐을 문제였다.

전상경(46)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도 거들었다. 그는 "한국음식은 그대로 세계화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국제대회에서 한식의 위상을 높이고 요리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첫걸음이 아니냐"고 물었다. 전 교수는 "대회를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조리사단체가 체계적으로 규합될 필요가 있고 정부차원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 셰프들은 모두 올해 독일요리올림픽(IKA Culinary Olympic) 국가대표팀 선수들이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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