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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업체 난립·기형적 구조에 학교급식 ‘멍’

최종수정 2018.08.14 20:45 기사입력 2016.07.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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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학교급식 업계의 ‘유령업체’ 난립이 복병처럼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각 학교 내 급식종사자 간 마찰에 따른 학생들의 피해 또는 불량급식 식단과는 또 다른 문제로 동종업계 내 기형적 구조 형성을 야기한다.

교육당국은 지난 2012년 초 학교급식 내 식자재 유통체계를 조달청의 ‘G2B(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유통공사)의 ‘e-aT시스템(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으로 전환·도입했다.
종전 G2B 방식에서 발생하던 일선 학교와 지역 급식업체 간 유착관계 요인(수의계약 등)을 배제함으로써 학교급식의 정상화를 꾀한다는 게 시스템 전환·도입 취지였다.

당시 e-aT시스템은 유통공사가 식약청, 축산물 햇섭(HACCP)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학교급식전자조달 시스템에 응찰한 업체를 사전점검하고 현장을 실사한다는 점과 가금류, 수산물, 김치류 등 단일품목 입찰로 학교급식의 전문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어필됐다.

또 이 같은 강점은 일선 학교 내 급식 조달방식을 e-aT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시켰다. 전국 3500여 학교가 e-aT시스템 도입 당해 급식업체 선정방식을 변경했고 이들 학교의 급식규모는 연간 5600여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된다.

그러나 e-aT시스템 도입 후 전자입찰에 중복 응찰하는 업체가 늘면서 이름뿐인 ‘유령업체’가 학교급식 업계에 난립하게 됐다는 게 대전지역 급식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역 급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e-aT시스템은 급식학교의 식자재 납품요청을 받아 입찰공고를 내고 개찰, 급식업체와의 계약체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웹상에서 진행한다”며 “학교와 업체 관계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업체를 선정해 계약할 수 있다는 얘기로 기존 수의계약 방식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일부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e-aT시스템에 순기능만 있던 것은 아니다”라는 그는 “실례로 e-aT시스템 도입 전 50개~60개로 유지되던 대전지역 급식업체 수는 올해 190개를 육박하고 이중 상당수는 유령업체인 것으로 안다”며 “단순히 업체 수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낙찰을 목적으로 한 비정상적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 시장을 교란하기 시작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 내에서 거론되는 유령업체는 기존의 한 업체가 2개 이상의 유령업체를 설립(사업자등록)해 e-aT시스템에 중복 응찰함으로써 낙찰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이때 이들 업체는 관련 시설과 장비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낙찰에만 집중한다는 게 업계 내 얘기기도 하다.

특히 현장에서 e-aT시스템의 강점으로 인식됐던 사전점검 및 현장실사는 유통공사 내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령업체 증가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불만이다.

유령업체가 사법기관을 통해 철퇴를 맞은 사례는 이러한 업계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가령 올해 5월 경남경찰청은 유령업체를 설립해 1000억원대 급식계약을 체결한 급식업체 대표 등 28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무더기 적발·불구속(일부 구속)했다.

또 이들 중 15명이 설립한 38개 업체가 최근 3년간 낙찰 받은 학교급식 납품규모는 2165억원에 달한다는 게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대전급식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학교급식 조달 시스템(G2B→e-aT)을 바꾼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라며 “기형적으로 늘어난 업체를 촘촘히 관리·감독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법적조치 등으로 강하게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그런 구조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대전봉산초 급식문제를 두고 여타의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단편적인 사안”이라며 “시스템을 바꿔가면서까지 장기간 학교급식이 왜 여론에 뭇매를 맞아야 하고 또 개선되지 않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좁게는 우후죽순 생긴 유령업체 때문에 양심껏 운영하는 급식업체가 경영에 어려움(중복 응찰에 따른 낙찰기회 저하)을 겪고 넓게는 학생과 학부모까지 피해를 입는 상황이 그저 씁쓸하다”고 허탈해 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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